|  | | ↑↑ 강원도 영월 산골 폭포 | ⓒ i김천신문 | |
8월11일 우리 사진동아리 회원들은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에 숨어있다는 폭포를 찾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월군 상동읍으로 약250km를 4시간동안 달려야 하는 사진 촬영 여행을 떠났다. 태백의 한 식당에서 부대찌개로 배를 채우고 계곡 입구에 도착해 길이 조금 험하다는 안내자의 말에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맑고 시원한 물이 조잘거리는 개울을 따라 두 시간 예정으로 힘든 산길을 올라갔다. 태백은 ‘산소도시’라는 별칭답게 산하가 온통 백두대간의 맑은 산소를 품고 있으며 상동읍은 바로 그 이웃에 있는 산속 마을이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산길을 올라가는 길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개울 입구에서 얼마간은 우리 인간들의 발자국 흔적이 뚜렷한 산길을 따라가는 맛이 즐겁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다가 나무 그늘 밑에 조금 쉬면 누이의 손길처럼 시원한 바람이 살며시 땀을 씻어주었다. 차츰차츰 올라갈수록 산길은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지를 않는다. 인간의 발자국은 흐릿하고 가는 길은 길인 듯 아닌 듯 점점 정글로 바뀐다. 신은 하필 이 험하고 깊은 산속에다 아름다운 경치를 숨겨 놓았을까? 그리고 그 숨겨 놓은 경치를 어느 누가 찾아냈을까? 그리고 내가 알고 내가 찾아 가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산길을 올라가는 길에 나는 어느새 홀로가 되었고 정글 속에서 혼자 헤매고 있는데 난데없이 커다란 뱀이 나를 보고 깜작 놀란 것처럼 쏜살 같이 풀숲으로 달아난다. 사실 놀란 건 나였다. 내가 뱀의 놀이 구역을 침범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산길도 점점 희미하고 숲은 나를 가로막고 더 이상 용기가 나질 않으며 뱀에게도 미안했다. 동행들은 어디선가 개울물소리 속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듯 말 듯 한데 나는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 사진 한 장 얻으려고 이렇게 가다가는 이 산 속에서 미아가 되는 사고를 당하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몰아쳤다. 나이 든 사람으로서 같이 온 동아리 회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누른다. 개울물에 손을 적시면서 맑은 피톤치드 공기를 한껏 마시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 나는 아쉬운 발길을 돌리면서 다른 회원들이라도 어렵게 찾아왔으니 좋은 사진을 찍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우리가 이렇게 힘든 길에서 고생을 하고 경비를 들여서 바라는 데로의 사진 한 장을 얻으면 그것으로 보람을 느끼면서 매우 만족해한다. 이것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맛이요 멋이며 건강은 공짜로 찾아온다. 이렇게 얻은 사진을 남에게 보여줄 때 좋다고 칭찬을 해주면 고맙기 한이 없다. 그런데 간혹은 그 원판 그냥 한 장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글쎄요, 이것도 예술이니까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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