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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기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1월 15일
 
ⓒ i김천신문
 4호차 식당칸 흔들리는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휴, 콩나물시루인지 피난민 열차인지 모를 만큼 토요일이라 그런지 입석표 끊은 사람들로 빼곡하다.
 부산까지는 족히 3시간, 에라 모르겠다. 아줌마 표를 내세우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휴~! 이 편안함. 열한 살 아들은 어떻게 바닥에 앉을 수 있느냐는 눈치를 주더니 구미쯤 도착하자 못 이긴 척 내손에 끌려 엉덩이를 들이밀었고 남편도 어쩔 수 없이 옆 사람에게 목례를 건넨 후 비집고 앉았다. 

 즉흥여행. 방학이기도 하고 새해맞이도 못가고 해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아침식탁에 내 생각을 말했고 아들은 얼씨구나, 남편은 좋긴 하지만 이라며 머뭇거린다.
 각자 가고 싶은 곳은 부산, 대전, 청도. 그래서 제비뽑기를 하였고 지금, 예매도 없이 기차를 탔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남편이 물었다. 왜 갑자기 가자했냐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아파트 입구에서 한발 겨우 힘겹게 움직이는 파파할머니를 보았다고. 앞으로의 내 모습 같아 서글퍼졌다고. 기차는 어느새 대구역에 도착했다. 

 물밀듯이 빠져나간 자리에 두 배의 사람들로 다시 채워진다. 신문지 한 장 없이 바닥에 앉은 우리 셋은 책도 보고 음료수도 마시고 얘기도 했다가 잠도 청한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시켰고 나이 드신 분은 어쩌면 말 한마디 건넬까 하는 동안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린다. 

 산다는 것, 그것은 쏘아놓은 화살이 어니던가. 멈출 수 없는 각자의 속도로 무덤으로 향하는 것. 모두가 잠시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다.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도 모른 체 지나가게 되는 날이 오고 한때는 비밀을 공유하던 가까운 친구도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시인 천상병은 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했다.
 그냥 그렇게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 인생의 기차는 달려간다.
 벌써 경산역이라 방송이 나온다. 잠깐 고개 들어 창밖을 보니 봄날처럼 햇살이 보드랍다. 하하 이 기분 좋은 느낌. 언제 바뀌었는지 아까부터 멋지다고 생각했던 젊은 총각이 바짝 내 옆에 기대앉는다.
 이 또한 즐거움. 어디로 갈지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 KTX가 아닌 것에 새삼 편안함을 느낀다. 몸도 마음도 다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으니 차라리 편하다. 비바람불어 흙탕물 뒤집어썼다고 꽃이 아니더냐. 

 다음에 내릴 비가 다 씻어준다. 키가 크다 해도 하찮은 나무보다 크지 않으며 아무리 달리기를 잘 한다 해도 하찮은 동물보다도 느리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이제 곧 종착역이 가까워진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커플티 청춘남녀가 아직도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한잠이 들었다. 음~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기차에서 내린다. 여행이란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나는 것이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될 키 작은 셋은 손을 꼭 잡고 사람들 사이로 하나의 점이 된다. 항구도시 부산. 발길 닿는 대로 휩쓸리다 오리다. 흰 파도 넘실대는 푸른 바다 가슴에 가득 담고 오리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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