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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낌없이 주는 노병

백승한(수필가·순천제일대 식생활학과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2월 12일
↑↑ 백승한 교수
ⓒ i김천신문
   제주시내에 입소문으로 유명한 토속식당이 있다. 대형사업장도 아니고 매체에 화려하게 소개되지도 않았으며 그다지 메뉴도 다양하지 않지만 토박이에게도 관광객에게도 가장 제주스러운 식당이라고 추천을 받고 있다. 바로 한국동란 참전용사이자 육군 중사 출신 팔순의 어르신이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각재기(전갱이의 방언)라는 메뉴를 수십 년 째 고수하며 고객들의 입과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식당이다. 

 이 식당은 특이사항이 많다. 우선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짧다. 당연히 공휴일이나 일요일은 쉰다. 또한 다섯 번 방문하면 세 번만 식사가 가능하다. 바다상황이 좋지 않아 시장에 각재기가 나오지 않으면 여지없이 문을 걸어잠근다. 대도시의 유명식당처럼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자주 갈 수 없는 제주이고 운 좋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메뉴를 주문하면 전체요리부터 메인요리 그리고 보너스 요리까지 쉴 새 없이 이어져 나온다. 게다가 그릇이 빈다 싶으면 냅다 다시 채워주는 인정 때문에 결국은 그만 주시라고 오히려 손님이 사정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도 다반사다. 가보면 알겠지만 노병은 주방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식당을 돌아다니며 반찬 챙겨주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나 역시 지난 십여 년을 찾으면서 전쟁이야기, 인생이야기, 음식이야기 등등 무궁무진한 주제의 밥상 강의를 수강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연초 방문 때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고향을 물으시길래 ‘김천’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김천농고’를 아냐고 오히려 반문하신다. 이제 바쁜 와중에도 자리를 밀치고 앉으시고는 김천 외곽지역의 치열한 전투상황과 아군의 소백산맥 사수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시며 설명해주셨다. 일행들의 고향이 제 각각인지라 다른 분들이야 관심이 별로였겠지만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서 내 고향을 목숨 걸고 지켜주신 분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경청했다. 잘 모르지만 낙동강 방어전선 구축이 결국 소백산맥에서 아군들의 값진 희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하자니 잠시 잊었던 조국의 소중함이 전쟁의 아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식당이라면 고향 엄마의 손맛이 배어있는 정겨움이 떠오르지만 뚝배기처럼 투박한 노병이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을 버티고서 지휘하는 식당이다. 이  곳을 들릴 때면 이 땅의 자주수호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서 다시 조국의 근대화와 변영을 위해 기꺼이 일생을 투자하고도 마지막까지 후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음식도, 정도, 격려도 주는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을 뵐 수 있다. 

 과연 나도 멋 훗날 저 노병처럼 백발이 성성해질 때 저렇게 멋지고 의미 있는 생을 살고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감사의 마음이 솟구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급변하는 세상 속 소용돌이 가운데서도 내 가정, 내 직장, 내 고장 그리고 대한민국을 지켜주시고 선진국 반열에 까지 발전시켜주셨으며 지금도 기꺼이 후세대들을 위해 헌신해주시는 이 땅의 모든 기성세대들에게도 감사를 드려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화가 오너숄맨의 주치의인 존 헨리는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다”라고 감사할 것을 권유했다. 갑오면 한해는 요즘 소위 말하는 소통하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 먼저 감사하고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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