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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샛길 인생

이우상(수필가·한국문협 김천지부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3월 20일

ⓒ i김천신문


차를 몰고 나설 때마다 ‘어느 길로 갈까?’하고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옛날에는 무조건 ‘君子는 大路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좁은 길을 이용하더라도 눈치가 빠르고 새치기 잘하고 수단과 방법을 발휘해 남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능력 있고 현명한 사람으로 통한다. 샛길을 많이 아는 사람이 운전은 물론 세상 물정에도 밝으며 모든 일에 날쌔고 재치가 있게 마련이다. 꽉 막힌 대로를 용하게도 요리조리 귀신같이 잘 빠져나가는 사람, 교통법규를 어기면서도 딱지 한 번 떼이지 않고 무사통과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하기야 어차피 정도(正道)보다는 요령이 더 잘 통하는 세상이다. 병원에 가서도 아는 의사라도 있으면 얼마나 쉽게 그리고 빨리 진찰을 받는지 모른다. 돌아와서는 이웃들에게 어느 병원에 친구가 있어 가자마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남 먼저 병원을 가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 차례를 기다리다가 나보다 늦게 진료를 받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어디 병원뿐인가? 행정기관, 일반 사회단체, 공공 기관에서의 각종 민원의 일들은 원칙을 벗어나 수많은 샛길을 이용하고 있다. 학연, 지연, 혈연,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고 있다. 직장 생활은 어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말없이 묵묵히 정도대로 일을 하는 사람은 승진에서 뒤로 밀리고 눈치 빠른 사람이 먼저 출세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내가 정도를 벗어나 끼어들기를 하여 남 먼저 출세했을 때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나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건물이 지탱되고 있는 것은 눈에 띄는 좋은 자리에 있는 나무뿐 아니라 불편하고 어려운 후미진 곳에서 힘들게 자리한 버팀목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를 튼튼히 받쳐 주는 기틀은 위험하고 불결하고 힘들고 궂은일들을 묵묵히 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바보스럽고 요령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우리 속담에 “약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라는 말이 있는데 약빠른 고양이라 할지라도 만사형통 하지는 않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밤눈 어두운 약삭빠른 고양이가 부지기수로 많다. 이 모두 올바른 사회를 위해서는 무용지물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인생은 어떻게 보면 소꿉놀이 같은 삶이다. 운 좋고 힘 좋은 어린이는 양지바른 좋은 곳에 자리 잡아 편하게 놀이를 하고 수단 없고 힘없으면 궁벽한 곳, 그늘진 곳, 비탈진 곳에 겨우 자리를 펴기도 하고 좋은 살림은 다 빼앗기고 보기 흉한 깨진 그릇으로 세간 살림 장만하여 그럭저럭 살아간다.


저택(?)을 마련해 모든 것 풍족하게 흥청망청 살아가는 이웃이 부럽지만 결코 원망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굳이 샛길로 가기를 꺼려하면서 좀 멀더라도 그리고 고생이 되더라도 바른 길을 고집하는 이웃도 많다. 찬란한 태양도 얼마간만 빛을 발할 뿐 곧 서산마루에 뉘엿뉘엿 걸리게 되는데…….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나면 놀던 모든 것을 다 던져 버리고 집으로 달려가야 하는 소꿉놀이 같은 삶이 곧 인생이고 보면 굳이 약빠르게 원칙을 어기고 새치기를 하면서 샛길로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장이 식당에서 사원들 사이에 차례대로 줄을 서서 배식을 받는 모습이야 말로 올 곧은길로 걸어가는 정도(正道)가 아닐까. 시간이 걸리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인내로써 참아 내는 미덕이 분명, 선진 조국으로 가는 최상의 지름길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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