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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김천신문 |
벚꽃이 핀다고 지난주만 해도 연화지에 난리가 났었다.
요즘은 매일 아침 선거 후보자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느라 난리가 나고 뉴스에는 만날 놀랄 일로 가득하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로 아우성이고 영안실에는 어찌 이대로 가시냐며 울고불고 난리이다.
난리, 난리 또 난리. 우리 집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져 난리가 났고 옆집은 벌금 때문에 억울하다고 난리를 치며 친구네도 형제간 싸움으로 야단법석들이다.
우린 모두 왜 이 난리 통에 살아야할까? 아이는 아이대로 공부하기 힘들다고 난리고 남편은 살아갈수록 삶이 힘들다고 난리고 엄마는 팔십 연세에 온 몸이 아파죽겠다고 난리다. 도대체 팥죽 끓듯이 여기 푹, 저기 푹, 어쩌란 말이냐. 그뿐만이 아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응애 응애 운 것도 두려움 때문이었고 유치원 들어갈 때 엄마 손 놓기가 무서웠던 것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초조했던 것이랑 결혼 전날도 ‘과연 이 결혼이 맞나’하는 의문까지 우리는 내내 두려움 속에 사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어른만 되면 다 됐지 했는데 어른이 되니 굽이굽이 또 굽이, 이 고개 넘으면 저 고개, 저 고개 넘으면 또 이 고개 끝도 없는 인생길을 걷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쓰는 외래어 중 1위가 스트레스다. 내과 입원 환자 중 70%가 스트레스와 연관 있다는 연구가 나올 만큼 두통이나 위장장애, 고혈압 등이 우리를 괴롭히고 심지어는 면역기능이 떨어져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도, 생각대로 사업이 안 되는 것도, 갑자기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우린 우울하고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성질대로 화풀이도 못하고 한숨만 팍팍 쉬다 끙끙 앓아눕는다.
‘어찌 내게 이런 일이……. 세상에 나만큼 억울한 사람 있을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식의 원망 탓에 차라리 엉엉 울고 나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눈물도 말라 안 나온다.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아님 다시 일어날 것인가 하는 갈림 길에 섰다가 심한 감기몸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아물고 대부분은 또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내가 왜 이래야 돼?’ 하고 반문을 하게 된다.
맞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지나간 과거에 고민할 필요도 없고 다가올 미래를 앞서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제는 지난밤에 꿈처럼 사라진 것이고 내일은 또 내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 자신 스스로가 일번이다.
아참! 어제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매달린 그네를 탔다. 해질 무렵 흔들흔들 혼자 앉은 그네 위로 벚꽃 한 잎 나비처럼 내려와 앉았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온통 꽃 하늘이더라.
나무가 내게 말했다. “영희야 안녕? 코 흘리기 때 여기와 놀더니 아주 오랜만에 왔네. 너 요즘 힘들고 지치는구나?”하고 물었다. 그때 기차가 웽,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초등학교 운동장도 지는 석양도 그대로였다. 다만 나무가 더 컸고 내가 나이를 더 먹었을 뿐! 잠시 왔다가는 인생이다. 잠시 앉았다가는 그네처럼 사람들은 잠시 자기자리에 앉았다 가는 것이다. 우스워 죽을 필요도 괴로워 죽을 필요도 없다. 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어차피 젖은 몸 그냥 즐기며 살지 뭐! 행복이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린왕자가 찾던 그 행복은 지금 여기 내 안에 있을 뿐이다. 집이 있어 감사하고 좋은 사람 있으니 감사하고 나를 위해 꽃도 피고 춥지도 덥지도 않는 계절이니 딱 좋고 그럼 됐지 뭐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미워지는 사람 미워할 필요 없다. 그 또한 내가 어리석은 것.
‘이솝 우화’에 보면 ‘사자와 생쥐’라는 글이 있는데 살려준 생쥐가 그물에 걸린 사자를 구해주는 이야기다. 그러니 오늘의 적은 내일의 아군이지 않겠는가?
아침이 밝아온다. 어라~ 큰일 났다.
“여보, 지금 몇 시나 됐어요?” “여섯시 반” 어이쿠, 난리 났다.
아이도 깨워야 되고 아침도 해야 되고 화장은 언제하며 출근은 또 언제하나. 엄마야, 모르겠다. 야단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