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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고향 김천의 먹거리를 떠올리면 소개거리가 참 많다. 여름이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는 전국 최고 품질의 포도, 자두 등 과일에다 어린 시절 외식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지례의 흑돼지불고기, 타지사람들이 먼저 알아주는 직지사 산채정식, 게다가 경북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되어 있는 빛깔과 향과 맛이 일품인 과하주까지. 정작 김천에 살 때는 몰랐는데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우연찮게 만나져서 반갑기도 하고 또한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김천스러운 토종음식은 바로 여름이면 더욱 입맛당기는 ‘고추장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입 안 가득 침이 고인채로 고개를 꺼덕이시는 고향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사전 조사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난 2012년 6월에 ‘뽀로롱꼬마마녀님’이 올린 ‘경북 김천의 밥도둑~고추장물을 아시나요’ 레시피가 당당히 메인으로 올라와 있고 조회 수도 2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좀 더 내용을 뒤져보니 경상도 음식이라는 설, 해외에서도 즐긴다고들 하는데 인터넷 특성상 가장 먼저 소개되는 사이트가 네티즌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이어서 김천메뉴로 신뢰해도 손상이 없음에 틀림없다.
재료는 예나 지금이나 간단하다. 멸치, 다진고추, 국간장 정도면 충분한데 기호를 위하여 액젓이나 참기름을 더하기도 한다. 예전에야 없어서들 조촐한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워낙 바빠서들 먹는 시간까지 줄여야하니 결론적으로는 계속 간단한 요리를 찾게 된다. 이러한 단순, 간단, 명료한 음식의 대명사인 고추장물이 참 다행스러운 것은 몇 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한국 사람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담고 있는 메뉴라는 점이다.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칼슘섭취량은 권장량의 72%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칼슘의 급원 중 으뜸이 뼈째 먹는 생선 멸치인데 이를 이용한 별미이니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놀라울 뿐이다. 고추의 풍부한 비타민 C도 좋고 소금 염도의 1/6인 간장이나 액젓으로 간을 맞춰 생각보다 짜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일손 바쁜 농번기와 쉬이 음식이 상해버리는 무더위에 단 10분이면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여서 효율성이나 위생적으로 훌륭한 음식이며 높은 온도와 습도로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에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감칠맛 나는 밥도둑이기도 하다.
고추장물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보자. 꽁보리밥에다 열무김치와 함께 강된장 대신 고추장물로 비빈 비빔밥, 매운맛을 싫어하는 이들의 담백한 여름별미 비빔국수, 멸치다시로 육수 낸 잔치국수의 퓨전 양념장, 삼겹살, 구운 생선이나 각종 전을 찍어먹는 웰빙 소스, 주먹밥에 소금 간 대신의 장물 주먹밥 등 생각해보니 토종메뉴임에도 불구하고 꽤내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요리 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렇듯 고추장물은 모든 이들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영양학적으로도 손색이 없어 할아버지와 손녀의 겸상에도 오를 수 있는 대를 이어주는 소통의 음식이자 요즘 말하는 힐링푸드이기도 하거니와 고향을 잊지 않게 해주는 향토음식이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어머니가 짐보따리를 풀기도 전에 부엌으로 달려가서 고추장물을 만들어 양푼이에 한가득 비벼 드시면서 “이제 살겠다”를 연발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냥 웃기만 했었는데 이제 여름이면 그토록 개운한 고추장물이 당겨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고향 내음이 사무쳐 고향으로 달려간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반겨주는 친구와 가족이 있다는 것, 예전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고향이 있다는 것이 오늘따라 눈물 나고 고맙고 행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