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i김천신문 |
담장 밑에서 깨진 도자기 조각을 맞춘다 달빛 아래 유백색 물비늘로 반짝이며 한 세계를 담고 있던 당신 탱자나무 그늘을 제 몸 속에 품어 나뭇가지마다 별을 달던 당신 찰랑찰랑 새벽 샘물을 길어 마른입에 부어주던 발 빠르던 당신 당신이라는 흰빛 눈부신 언어에 기대어 나는 숨 쉴 수 있었다 하루하루 살게 한 당신이라는 책이 내 곁에 있어 아프지 않았다 이제 당신은 떠나고 깨진 당신들의 편린들을 모아 조각조각 붙인다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고 스쳐가는 당신이라는 문장들을 모아 금으로 금간 부분을 메운다 황금같이 귀중한 추억의 금으로 당신을 짜맞춘다 내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당신이라는 책 유백색에 담기던 한 세계보다 더 넓고 깊은 당신이라는 기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