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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요즈음은 초등학생만 되면 싫든 좋든 휴대폰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맞벌이에 바쁜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의 안전과 보살핌을 담보하기 위해 자녀와 유비쿼터스 소통을 원하고 있고 호기심에 사로잡힌 청소년들은 신기함에 매료되어 광범위한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이 두 가지의 소통욕구를 멋지게 충족시켜 주는 것이 휴대폰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철이 들자마자 휴대폰과의 동거가 시작되고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부모형제나 배우자의 동거보다도 훨씬 오래 지속이 되고 인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된다.
현대의 휴대폰은 타인과의 단순한 소통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광범위한 쌍방향 소통, 새로운 지식의 검색, 모르는 길 찾기, 무엇이든 영상화 할 수 있는 사진 촬영 기능, 새로운 영화감상, 유명한 강사의 강의청취, 때로는 무료함을 달래 줄 수 있는 온라인 게임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다기능 생활 동반자가 되었다. 가히 우리가 빠져들 수 있는 영혼을 가진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휴대폰은 제4의 영혼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제1의 영혼인 또 다른 내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나와 살가운 정감을 나눌 수 있는 상대자인 제2의 영혼도 될 수 없다. 그리고 때로는 공감의 눈빛으로, 때로는 무언의 질책으로 나를 다잡아주는 제3의 영혼인 이웃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될 수도 없다.
현대 창의력의 대명사가 된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한 융합지식의 산물로 오늘날의 휴대폰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지금의 휴대폰 전신인 아이 폰을 만들었다고 한다.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기위해서, 손바닥 안에 무한을 붙들고, 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아라”이 시 구절 중 에서 “손바닥 안에 무한을 붙들고”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폰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손바닥 안의 무한에 무한정 매몰되어 한 알의 모래알도 한 송이 들꽃도 우리는 제대로 바라 볼 시간이 없다. 휴대폰은 무한한 정보와 시간의 자유를 약속 하는듯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기에 사로잡혀서 다른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한다.
휴대폰 액정화면 속의 가상세계에 열심히 몰입하다보니 자기내면과의 진솔한 대화, 다른 사람과의 정감적인 소통, 자연과의 교감과 같은 삶의 물기가 부족하여 우리사회는 자꾸만 메말라 간다. 무한정한 자유가 결국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폭력이 되어 버린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통해서 만들려고 꿈꾸었던 세상이 이와 같은 세상이었을까? ‘디지털 혁명을 이끈 인물들’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기술 속에 인문학적인 교양과 인간이 녹아들어 가기를 원했다. 그는 PC이후 시대에 만들어지는 기기는 기술과 인간이 결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인문학적인 교양이 현대기술에 녹아들어 가기를 바랄 정도로 스티브 잡스는 인간을 중시했다.
그리고 선불교에 심취하기도 했던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제1영혼인 자신의 내면을 면면히 살피고 제2의 영혼인 상대방과 제3의 영혼인 이웃 그리고 자연과 정감적으로 교감하는, 인간적인 물기가 촉촉한 세상이 아니었을까? 자기가 만든 휴대폰이 이런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어디에서나 하극상은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서열을 꼭 지키자. 휴대폰을 제4의 영혼답게 취급하자. 그 것이 스티브 잡스가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 즉 ‘한 송이 들꽃’을 통해 바라보는 천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