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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아침에 눈을 떠는 것이 행복한 적이 있었을까? 눈을 감고 가만히 지난날의 도전들을 생각해 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많이 행복해진다. 만사가 기분이 좋고 짜증도 나지 않으며 모든 일이 즐겁게 바뀌는 마법의 힘들이 생기는 것 같다. 뒤늦게 시작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던 그날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긴 시간들이 지나고 이젠 맑은 날들이 내 곁에 다가왔다. 다문화 가정에 방문하여 엄마와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방문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생활의 여러 가지 문화와 풍습, 아이들의 학습 관리 등 이주여성들의 멘토가 되어 일하고 있다. 아이들의 똘망한 눈빛들이 나를 즐겁게 하는 힘이다. 어눌한 한국말을 하면서도 선생님 드시라며 과일을 깎아서 내놓는 엄마들의 수업 시간은 2시간이 지나면 목이 많이 아프다. 손짓, 발짓을 하며 소통을 하고 방문 횟수가 늘수록 그들과 친해지는 걸 보면 참으로 신기해진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그들과의 공부시간은 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시작한 초기에는 고민이 될 만큼 심했다. 대상자의 고민을 듣고 오면 꿈에서까지도 그 고민을 하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초기에는 그런 문제들이 내 문제인 양 힘들어 했었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있다고 교육을 받았지만 현장에 가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낯선 땅에 와서 생활한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들지를 자신의 일인 양 감정이입을 하니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올바른 판단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때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아닐 때도 많이 있다. 대상자들의 언니처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고 엄마처럼 대해줘야 하는 일들도 많다. 한국에서의 올바른 적응을 위해서 방문교사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수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에 대한 행복감을 더해 준다. 독서 수업을 할 때 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하던 아이가 몇 달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재미있어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힘들지만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물이 마른 샘에 맑은 샘물을 가득 채워 넣는 일인 것 같다. 김천에서도 대형마트나 거리에서 이젠 다문화가족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문화 가정도 650여 가구가 된다고 한다. 이젠 우리 생활 속에서 그들은 더 이상 신기한 외국 사람들이 아니다. 한국에서 당당히 자신들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국민인 셈이다. 간혹 불미스러운 일들도 일어나지만 모든 다문화 가정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결과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 전에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작년과는 다르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처음의 긴장과 설렘이 동반된 수업에서 상대방의 마음이 보이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내 입모양을 따라가는 까만 눈동자의 움직임 속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 사랑해요 또 오세요” 하고 작은 입으로 말한다. 영양제보다도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말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에도 행복해진다. 어디서 이렇게 행복한 일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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