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사상 최초 1천5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몰이중이다.
영화 ‘명량’은 1597년 이순신 장군이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무찌른 명량해전을 다룬 작품이다. 완성도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영화를 관람했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의원,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많은 정치인들이 영화관을 찾으며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필자는 900만 관객 돌파라는 뉴스를 접한 후 부랴부랴 아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보기 전 지인들의 영화에 대한 평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렇게 지루한 영화는 처음”이라는 A군, “이순신이 최민식에 빙의한 것 같다”는 B양 등.
늦은 시간 토요심야인데도 영화관은 만원이었다. 김천에서 보기 드문 광경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평소 액션영화를 즐기지 않지만 두 시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한 시간여에 걸친 전쟁신 등에도 별 지루함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통쾌함이 밀려왔다.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일부 전문가는 명량의 흥행 돌풍에 대해 일반적인 영화 흥행과는 차원이 다른 ‘이상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영화평론가가 아니기에 영화로서의 점수를 매기기는 힘들다. 그러나 명량의 흥행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세월호 사건, 윤일병 사건 등으로 인해 온 국민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시기에 백성을 섬기는 백전백승의 영웅 이순신이 나타난 것이다.
무능한 공권력과 무기력한 리더십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이순신에게 환호하는 연유는 충분하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따르는 것이고, 그 충(忠)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영화 속 이순신이 아들 이회에게 한 말이다.
영화의 엔딩에서도 이순신은 때마침 휘몰아친 명량의 회오리를 천운이라고 하는 아들에게 회오리에서 구해준 “백성이 천운”이라고 답한다.
백성을 섬기는 충신,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난 영웅이야말로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리더상일 것이다. 이순신이 백성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버리지 않고 반드시 함께 할 것이라는 ‘신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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