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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추절을 앞두고

이우상(수필가·한국문협 김천지부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26일
ⓒ i김천신문
    평소 자주 찾아보는 고향 산천이지만 추석을 며칠 앞두고 부모님의 산소에 낫 한 자루 들고 다소곳이 옷깃을 여미어 멋대로 자란 잡초와 잔디를 곱게 깎으며 감회에 젖어봅니다. 금년에는 우리 고장에 다행히 장마 피해가 적어 평년작은 될 것 같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만 골짝마다 결실의 향기가 가득함을 바라보니 마음 뿌듯합니다. 

  해마다 같은 푸념이 되겠습니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으나 40년 공직생활에 출세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교사로 퇴직한 것을 조상님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면목 없는 짓이라 생각합니다. 불효자 이놈도 쥐구멍에 볕들듯이 뭐 좀 좋은 소식을 가지고 찾아뵈어야 하는데 역시 지난해와 똑 같은, 지지리도 못 난 모습으로 찾아뵙게 됨을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어떤 이는 20년, 아니 10여 년의 공직생활에도 몇 십억, 몇 백 억의 재산을 모아 돈 쓰기를 물 쓰듯 하고 권력을 손아귀에 거머쥐고 매사를 떡 주무르듯 하면서 조상의 묘를 화려한 성역으로 꾸며 놓고 입신출세한 것을 천하에 자랑하는 이도 부지기수로 많은데 이렇게 달랑 낫 한 자루만 가지고 부모님 찾아뵙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남에게 못할 짓 하지 않으면서 하루 세끼 해결하고 자식 공부 시켜 결혼까지 하게 된 것만도 감사한 일입니다. 

  또 어떤 이는 도회지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며 사는 것이 지겨워 곳곳에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아니라 궁전 같은 초호화 별장을 지어 오가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금력과 권력으로 세상을 떡 주무르듯 하던 그 사람도 그 많은 재산을 남겨 둔 채 남의 매실 밭에서 아주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올 추석에는 틀림없이 그 분 얘기가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산 위에 올라 있을 때 땅에 있을 때를 생각하라’는 옛 어느 성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는 아마도 부를 축적하면서 하늘 높은 줄만 알다가 땅 아래 것을 기억 못했나 봅니다. 

  몇 년 전에 중국과 일본을 잠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중국은 광대한 땅에 십사억이란 엄청난 국민이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긴 조상을 가진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여유와 낭만을 즐기고 긍지를 가지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모습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모든 시설이나 기구들이 절약 차원에서 만들어져 있고 질서, 친절, 성실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큰 도시에 교통경찰이 한 사람도 없는데도 교통질서는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초등학생들까지도 중형 승용차정도는 장난감 차 보듯 쉽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억 정도는 옆집 똥개 이름 부르듯 하는 한심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람 있는 곳에 모임 있고, 모임 있는 곳에 콩고물 떨어진다’는 말처럼 곳곳에 비리, 불의, 사기가 도사리고 있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금의환향하지 못한 몸이지만 한편으로 부모님의 은혜에 정말 감사함을 드립니다. 천만다행으로 부정할 만한 자리에 앉지 못하고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콩고물을 못 묻혀 날랐지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한 바지가랑에 두 다리 집어넣을 놈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리 밑 거지가 부잣집 불타는 것을 보고 화재 당할 염려 없어 부모님 은혜 감사했다는 격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출세 못한 놈이 웬 말이 그리 많으냐고 꾸짖는 것 같습니다. 아버님, 내년에는 손자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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