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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우리 귤이 탱자될까 두렵다

이태옥(수필가)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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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제상인 안자는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었다. 안자의 명성이 이미 제나라뿐 아니라 초나라에까지 회자되던 때라 초왕은 슬그머니 안자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체구가 볼품없는 안자를 보는 순간 키가 작고 왜소한 안자의 신상을 건드렸다. 초왕은 “제나라에는 어찌 사람이 없어 당신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냈소”라고 비아냥댔다. 이에 질세라 안자는 말하기를 “우리나라에는 상대국에 따른 상황에 맞춰 사신을 보냅니다. 따라서 작은 나라에 맞게 나라에서 저를 택해 사신으로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초나라 영왕은 또 다른 방법으로 안자를 시험하되 제나라 사람으로 초나라에 와서 죄인이 된 사람을 안자 앞에다 꿇어 앉혀 묶어 놓고는 “제나라 사람들은 원래 도적질을 잘 하는가”라고 힐난했다. 이에 안자가 말하기를 “회남의 귤나무도 회수를 건너 회북에 가면 탱자가 되듯이(橘化爲枳) 제나라에 있을 때는 선민이었지만 초나라에 와서 초나라의 풍토에 의해 도둑질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기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기서 ‘귤화위지’가 나온 것인데 이에 초나라 영왕은 안자를 큰 인물임을 알아보고 안자를 위해 잔치를 베풀고 후히 대접해 보냈다고 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는 ‘南橘北枳’라는 말로도 쓰이는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로 사람이나 동식물도 환경과 풍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 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는 어떤 풍토를 남기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 참으로 답답하고 막막하여 할 말을 잃는다. 세월호 참사로 청소년을 바다에 수장한 뒤 나라의 권위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따라서 공권력도 땅에 떨어졌다. 선장과 일부 승무원은 자기 임무를 망각하고 자기 살기에만 바쁘고 배에 남은 생명은 하나도 구하지 못한 무능력의 극치 속에서 국민은 국가의 무능과 존재 가치까지 의심하는 순간에 패닉상태에 빠졌다. 책임져야할 관료는 다시 제자리로 복귀하고 처벌받아야 할 세월호 주인은 백골로 발견되었다.

그뿐인가.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장담하고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천거했지만 총리후보자는 둘 다 낙마하는 행태를 보였다. 과연 이 나라에 진정 도덕성을 갖춘 명망가가 그렇게나 드물다는 말인가. 아무리 산업화가 급격히 이루어 졌다고 치더라도 황금을 향한 욕구가 높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나라를 이끄는 집단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함에도  청문회에 선 사람마다 보통사람보다도 더 오염되고 더 탐욕스럽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너무 지나친 도덕성을 요구한다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좀더 높은 인격을 요함은 당연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쥬라는 말처럼 격에 맞게 품격도 맞아야만 나라도 발전하고 사회도 아름다워 지는 것이다.

지금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무슨 말로 교훈하며 어떤 행동으로 그들을 이끌 것인가. 나라의 풍토가 이 모양인데 후손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과연 우리가 자손들에게 장차 귤로 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탱자가 되기를 원하는가. 어른인 우리가 먼저 숙고하고 귤화위지의 교훈을 되새겨 명심할 일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4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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