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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1960년대 중․후반, 70년대 초․중․고등학교를 보냈습니다. 수많은, 대부분이 어려움을 달고 다닌 시절이었지요. 그보다 좀 더 어려웠던 가정형편에서도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근로 장학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 방과 후 일정시간에 도서관, 매점 등에서 사서 보조, 매점 보조 등의 잡일을 하고 그 대가로 공납금의 반을 면제받았던 장학금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중학교 2년간, 고등학생 시절 2년간을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면서 분에 넘치게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수업비 혜택을 받고, 또 점심시간을 굶지 않고 보냈습니다.
그래서인지 근 50년이 지난 지금도 유난히 책을 밝히고(모으기를 좋아하고), 분류하고, 책갈피와 책장을 정리하는 버릇이 남아있습니다. 책 읽는 것이 편한 한 것도 다 이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쌓이는 게으름은 책의 모습도, 크기, 내용, 필요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은 것은 여기저기에 던져두고 쌓아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정리해야지 하며 다짐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만 이젠 이삿짐을 싸기 이전에는 어려울 만치 많아진 책들과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보이는 똑 같은 책들(두 번 세 번 구입한 책들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에게 미안한 맘이 그치지 않습니다.
폐일언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의 요청이 ‘책읽기’, ‘글쓰기’ 에 대해 부쩍 빈번해 지고, 그로인한 요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생각과 주장을 글로써 정리하는 것 자체에 대해 방법을 묻고 방향을 청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또 어떤 책들이 자신의 공부와 과목을 바로 연결하는 공부가 되는지 묻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 글로써 자기의 의견을 밝히기, 글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너무 힘든 일이고 또 일부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듯 방법과 내용을 묻고 있습니다. 또 정확하게 글로써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는 또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지 모릅니다.
물음에 답하려합니다. ‘글쓰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는 ‘말하기’라고요. 즉 말을 통하여 의견을 밝히고,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문자와 종이의 힘을 통하여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믿습니다. 이 말은 말을 하듯 글을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고 방향이면서도 말을 하는 시간, 장소, 대상, 목적, 방향에 따라 말하는 내용, 태도, 사용단어, 강조의 방식, 진행내용도 달라지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 역시 같음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좋은 말을 많이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요. 그 좋은 말들은 어디에서 들을 수 있습니까?
바로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좋은 글을 쓰고자한다면) 반드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필연인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누구나 말하는 책의 계절입니다. 또 누구나 한번쯤은 말해본 내 인생을 글로 쓰면 몇 권의 책으로도 불가할 것이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읍시다. 근간에 책장에 쌓여있는 책들을 통해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봅니다. 꼭 이 가을에 권하고 싶어 근거도 없고 분류도 되어있지 않으면서도 며칠 전 배달된, 그러면서도 이 가을에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책들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의 모습, 그 내면을 일본인의 눈으로 보고 식민지 시절의 일본인 우리에게 저지른 모습을 반추하게 하는 평화의 글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다나미 아오에 저, 송태욱 역, 현암사)와, 인간과 짐승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을 꼬집는 ‘인간농장’(류짜이푸 저, 송종서 역, 글항아리), 그리고 아직도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는 뇌에 대한 궁금증, 인간의 행동에 대한 고전적 관찰에 대한 신문화적 방식을 보여준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카이스트명강 02, 사이언스북스)와 더불어 마음 속 깊이 감추어진 매혹적인 성과 삐뚤어진 욕망에 개한 섬뜩한 자화상을 그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산정한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순수의 끝’(메건 에버트 저, 김지연 역, 웅진문학), 그리고 제목에서 그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질베르 리스트 저, 신혜경 역, 봄날의 책)등입니다. 아울러 중학생이면 한번은 읽었음직한 책입니다만 다시 다 같이 읽기를 바라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가 서고의 앞을 장식합니다.
잡식성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음식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 붙여준 별명이 책을 읽는 모습에도 똑 같이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낙엽의 색처럼 많은 아름다움이 담겨져 깊이를 알지 못하는 못이 아니라 끝을 알지 못하는 바다를 더 좋아하는 얕음이 머리칼이니, 나이 숫자와 꼭 닮은 이 계절이 책으로 수놓으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