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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국민통합·국민행복을 말했지만, 51.6%의 득표율로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었다. 그 당시 박근혜 후보는 “여야, 성별,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인재를 등용해서 최고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창조경제, 문화융성을 말하고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하여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인수위 때부터 불통의 인사를 했다는 오명을 쓰기 시작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모래밭의 진주’라고 극찬하고 발탁했다. 그러나 결국 10개월 만인 금년 2월에 낙마했다. 그리고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에 관한 인사는 대표적인 인사실패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약 1년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했고, 금년 4월 16일 세월호 대참사 사건이후에는 약 5개월 동안 국회가 마비되었다. 정치가 실종했고, 국민들도 분열했다.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국회가 대립하는 순간 국민들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으로 또다시 인사실패를 경험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모두 부적합한 인사임이 뻔했지만, 임명과 내정은 강행됐다. 국민들은 누가 그런 인물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했는지 너무나도 궁금해 했다. 박 대통령은 ‘비선조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그런데 금년 11월 말경 언론을 통해서 공개된 청와대 동향 보고서에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핵심비서관 3인의 이름과 ‘십상시(十常侍)’란 용어가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동향보고서의 요지는 정윤회가 정기적으로 이들 3인방 등 십상시를 만났고,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 등이다.
핵심 3인방은 지난 1998년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옆을 지켰고, 정윤회는 2004년까지 이들의 상급자였다. 그는 최태민 목사(1994년 사망)의 사위이다. 최 목사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요승 라스프틴에 비유되는 사람이다. 라스프틴은 독심술 및 최면술 등의 기술이 뛰어났다. 그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의 황후 알렉산드라의 돈독한 신임을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로부터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추궁받았다.
그리고 보고서에 등장하는 ‘십상시’란 한나라(후한)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던 환관 장양, 조충 등 환관 10명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권력 암투를 상징했던 말이다. 이들은 어린 황제의 칙명까지 조작했고, 선비들을 잔인하게 숙청했다.
문제의 동향보고서는 2014년 1월 6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박 모 경정(행정관)이 작성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 보고서가 이미 금년 4월에 유출된 것을 알았고, 정윤회가 최근에도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이재만 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참석 멤버다.
검찰은 문건의 신빙성 등에 관하여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작년 8월 박 대통령이 수첩을 꺼내놓고 정윤회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 것에 관하여 승마협회를 감사했던 모 국장과 과장을 거명하면서 “이 사람들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1명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것은 문건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서 ‘십상시 의혹 사건’의 중대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닐까? 그는 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이 회유했다는 것을 암시했다. 회유라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뒷거래 아닌가?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사건 후 약 8개월 만에 또다시 충격적인 현장을 목도한 것 아닐까? 십상시라는 말이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 청와대 보고서에 등장하게 되었는가? 십상시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위신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개혁’이라고 외쳤던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 조현아(40세)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도 우리들을 우울하게 한다. 재벌 3세의 오만방자한 행태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은 자본권력의 무서움을 목격했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귀족이었던 조현아 부사장이 능력 없이도 재벌 항공사의 부사장의 자리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우리 국민들은 2014년 갑오년은 참으로 잔인했다고 기억하지 않을까? 세월호, 십상시 의혹, 땅콩리턴 사건은 우리나라의 통치체제 및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아닐까?
모든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은 햇빛 아래로 나와서 국민들의 소리를 경청해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래야만 십상시의 의혹을 벗어버릴 수 있고, 국민들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건국 70년을 향하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이성적으로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는 박 대통령이 개혁적인 자세로 널리 인재를 등용하고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시키고, 국민들도 개혁작업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