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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김천신문 |
‘국제시장’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이 겨울 대한민국을 흔들며 지나갑니다. 천만명이상의 유료관객을 비롯한 대통령으로부터 여야의 국회의원의 수장들이, 총리를 위시한 중심행정 각료들이 나아가 학생들에게 무료 관람까지 더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7일 개봉해 25일 만에 900만을 돌파한 ‘국제시장’은 개봉 4주차 평일에도 평균 20만 관객을 동원하며……(중략)……이 추세대로라면 다음 주 중 새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역대 휴먼 드라마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18만 4,972명), 역대 1월 1일 최다 관객 수(75만 1,253명)를 기록하며 개봉 후 4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 중이다.” <마이데일리, 2015. 1. 10>
이런 대박(누군가의 말처럼) 흥행을 뒷받침하듯 “흐느껴 울었다. 아니 목 놓아 울었다. 내 평생 영화 보다가 이렇게 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 덕수는 영화의 말미에 허공 속의 아버지를 만나 토하듯 독백한다. ‘아버지, 내 진짜 힘들었거든 예!’ 이 땅의 스러져간 수많은 가장들을 대신해 말한 셈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가장의 헌신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의 다음 세대에서는 단지 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힘들게 지게지고 비탈진 언덕을 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영화 보며 목 놓아 우는 일도 이번으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주인공 덕수도 다음 세대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가고 싶었던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박제창 숙명여대 교수>
오늘 이른 아침밥을 먹고 아내와 같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팝콘도 잊지 않고……. 입구에서 부터 분위기가 다르게 보였지요. 흰머리가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같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깜깜한 실내는 폭소와 눈물 훔치는 소리, 이따금 들이는 한숨소리……. 영화가 주는 매력에 흠뻑 젖었습니다. 들은풍월이 있어 손수건도 준비하고 잔뜩 기대하면서 같이 웃고 눈물을 찔끔 거렸습니다만 자꾸만 어느 한 구석 찜찜해지는 마음은 달랠 길 없었습니다.
흥남부두에서의 철수, 국제시장에서의 구걸, 파독광부와 간호사, 월남전파병, 남북 이산가족 찾기……. 한국의 ‘잘 살아보세’식의 최근세사를 모두 한 사람에게 씌워 놓고는 눈물로 위로 받아야할 모습은 이것이라 강조하는 모습이 너무 작위적이면서 쇠뇌에 가까운 모습이 누군가의 입맛에 꼭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언급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 국기배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이 나라 공동체가 발전한다”) 이후에 정치인들의 앞 다툰 행보와 평가(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영화는 영화로만 봐 달라, ‘세대 간 소통과 이해’를 위한 솔직 토크……)는 “학생동원 관람을 단순한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학생도 문화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는 우동기 대구교육감의 발언에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도록 합니다.
미얀마 정권이 자신들의 잔혹함을 감추기 위해 여느 독제국가에서 자행했던 ‘우민화’를 으뜸 정책으로 펼치고 있음을 지적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도 80년대 당시 군사독재정권이 3S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국풍81과 프로야구, 프로축구, 올림픽 유치, 컬러TV 방송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라는 ‘우민화’라는 말의 사전적 해석도 보입니다만 21세기에는 대명천지에 대학졸업생 수가 세계에ㅔ서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한류, 천만고객’과 괘를 같이하여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에 선봉에 선 영화가 ‘국제시장’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