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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머니의 손

류성무(수필가·전 농업기술센터 소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8일
ⓒ 김천신문
‘어머니’하면 고향이 생각나고 ‘고향’하면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애잔한 정서이리라. 어머니 고향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 자라고 부모와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이 고향의 일반적인 정의다. 고향은 또한 시간, 공간, 마음의 세 요소가 함축되어 있고 묻어나는 정서가 서려있는 곳으로 평생 잊지 못하여 그리워하게 된다.

나의 어머니는 열여섯에 상주 중동면 산간벽지 빈농의 아들에게 시집와서 일제 강점기 식민지 생활과 6·25사변의 폐허 속에 살아야만 했다. 계속되는 가난으로 식량난이 극심하여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노심조차 삼남 일녀의 양육과 교육, 결혼으로 심신을 바쳐 희생하였다. 힘들고 고된 삶의 애환과 파란곡절(波瀾曲浙)의 여정(旅程)에 너무 지치고 세월의 무게에 마음마저 연약해져 늙고 병들어 69세로 임종하실 때는 거칠고 힘없는 어머니 손이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위대했다.

그러면 나의 어머니는 뙤약볕에 엎드려 밭매고 논매고 겨울이면 많은 식구 빨래를 손 호호 불어가며 냇가 얼음을 깨고 찬물에 해야 했다. 그리하여 손등은 거칠고 갈라진 갈퀴 같은 손가락엔 하얀 광목에 밥풀을 짓이겨서 감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손바닥은 지문이 닳아서 주민등록증에 지장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손톱에 멍이 들어 먼 데서 보면 매니큐어를 바른 것 같았다. 그때는 고무장갑도 없던 시대여서 맨손으로만 일을 했기에 더욱 손이 거칠었다.
희미한 등불 아래 엎드려 책을 읽는 나의 등에 살며시 손을 넣어 긁어주던 어머니! 얼마나 시원했던지 그 거친 손의 감촉이 아직도 내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 채 이 나이가 됐다.
그러했던 어머니 손의 역사는 참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어머니의 손은 생산 공장이고 저금통장이었다. 쌀농사를 비롯한 모든 농산물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어머니와 아버지 손에 의해 이루어졌고 길쌈을 해서 베를 짜고 옷을 짓기까지의 과정은 어머니의 손 기술에 의하였다.

살림살이에 수입, 지출, 학비조달도 어머니 손에서 이루어졌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 토요일에 집으로 가면 일요일 오후에는 하숙집으로 가야 하는데 일주일 쓸 용돈을 빌려서 보내야했다. 이집 저집 다녀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대문을 나올 때 어머니 손이 펴져 있고 주먹을 꼭 쥐고 나오실 때는 돈을 빌린 것이다. 그러므로 어머니 손은 저금통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뿐 아니라 훤칠한 키에 엄전하게 생긴 얼굴은 남자다운 성격도 있지만 대인관계에 원만하셨고 비록 글은 몰랐지만 통찰력이 정의로 와서 일본순사를 혼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위대한 손을 가진 어머니께서 나의 공직생활 초년시절 35세 때에 병으로 활동을 제대로 못하시고 방안에만 계실 때는 효도하는 것을 몰랐다. 병원에 자주 모시지 못하였으며 객지의 공직생활로 인하여 조석으로 문안도 드리지 못한 형편이었다.
어쩌다 보니 임종도 잘 챙기지 못하고 소천하실 때는 ‘무모불효 사후의’라는 말을 통감(痛感)했다. 명언(名言)에 ‘수목정이 풍불지(樹木靜而 風不祉)’하고 ‘자욕양이 친부대(子欲養而 親父待)’라 했다. 이 말은 두고두고 후회하는 불효자식인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65세에 소천하셨고 어머니께서는 69세에 소천하셨다. 지금 내 나이 82세, 혼자 있는 적막한 백주(白晝)에도 고요한 심야에도 어머니 생각 간절하다.
어머니 살아생전 왜 효도하지 못했을까! 두고두고 후회하는 불효자식은 어머니의 손이 위대한 저금통장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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