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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충성! 대한민국의 아들입니다

한지영(북삼초 보건교사)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01일
ⓒ 김천신문
6월이다. 김천의 거리가 초록빛으로 물든 채 싱그러움을 안기고 있다. 나는 김천을 좋아한다. 자칭 김천홍보대사라고 지인들에게 소개할 만큼 김천에 살고 있음을 큰 복으로 여긴다. 김천은 우리 부부에게 고향이 아니다.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이곳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아이도 셋이나 낳았다. 김천에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막내가 중학생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그 막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를 하더니 드디어 완성이 되었다며 보여주었다.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광복 70주년 기념 ‘2015 청소년 나라사랑 콘텐츠 공모전’에 제출할 작품이라고 했다. 제목이 ‘충성! 대한민국의 아들입니다’였다. 제목이 너무 멋있다고 폭풍 칭찬을 쏟아주었다. 막내가 쓴 글엔 김천중·고등학교 설립자이신 최송설당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작년 이맘때, 막내는 최송설당 할머니의 기일에 직접 산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김천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표현했다. 큰 아이가 김천고등학교에 다녔는데, 3월 1일 입학식에 참석한 이후 나는 김천중·고등학교의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희사해 김천고등보통학교를 설립한 최송설당! 일제시대에 온 민족이 우러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 분의 삶에 대해 큰 아이에 이어 막내와도 이야기 나눌 수 있음이 김천이 주는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왔다.

  최송설당(崔松雪堂·1855~1939)은 대한민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보모였다. 퇴궐 후 자신의 재산을 정리해 해인사에 기부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찰에 친일세력들이 많아 돈이 헛되이 쓰일 수 있다는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의견을 따라 고향인 김천에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당시 일제 학무국(學務局)은 실업학교가 아니면 학교 설립을 허가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대응하여 살던 집까지 팔아 전 재산 30만2천100원(현 시가 300억원 추정)을 내 놓으며 인문계 고보 설립 계획을 관철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학교가 바로 현재의 김천중․고등학교이다. 1931년 5월 9일에 첫 입학식을 한 후 민족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막내는 현재 김천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두 아들의 모교이기에 설립자인 그 분의 파란만장한 삶에 관심을 갖고 가족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최송설당은 마지막 용돈까지도 학교에 모두 기부한 후 유언만을 남긴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1939년 6월 17일에 빈손으로 떠난 송설당의 마지막 길을 온 백성이 눈물로 배웅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그 분의 유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永爲私學 涵養民族精神 一人邦定國 一人鎭東洋 克遵此道 勿負吾志
  “길이 사립학교를 육성하여 민족정신을 함양하라.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나라를 바로잡고 잘 교육받은 한 사람이 동양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마땅히 이 길을 따라 지키되 내 뜻을 저버리지 말라.”
  민족이 핍박받던 일제시대에 겨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사해 학교를 설립해 나눔을 실천한 최송설당. 김천중․고등학교는 그냥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 민족정신이 집약된 빛나는 문화유산이며, 이 땅의 리더들이 답사해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지(聖地)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좋은 학교를 두 아들에게 모교로 만들어 준 것도 김천에 살고 있으니 가능했기에 부모로서 자식에게 큰 유산을 물려준 것처럼 가슴이 뿌듯하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달엔 최송설당의 기일도 있어 막내는 글을 쓰며 학교사랑 나라사랑 마음을 다지고 있다. 김천중·고등학교에 가면 ‘깨끗하게 부지런하게’가 새겨진 교훈비가 눈길을 끌어간다. 처음엔 교훈이 참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홉 글자 안에 큰 의미가 담겨있었다. 학교홈페이지를 방문해 학교상징을 클릭하면 현제명 작곡 정열모 작사의 교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매년 12월엔 전교생이 여름체육복을 입고 내한(耐寒) 정신을 기르는 송설마라톤이 열린다. 

  영남의 오아시스 김천중․고등학교! 최송설당의 유언에 따라 제자들을 자식처럼 돌보는 선생님들께서 열정을 쏟고 계신다. 학교에서 펼치는 다양한 교육활동들로 인해 학부모로서 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늘 가지고 있다. 그 무엇보다 민족혼을 이어받은 학교에서 나라사랑 마음을 기르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젠 두 아들의 모교로서가 아니라 민족혼이 숨 쉬는 겨레의 교육장이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웅비하길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우리 막내가 최송설당의 유언을 가슴에 담고서 나라사랑 마음이 가득한 사람으로 자라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길 소망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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