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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천아리랑, 1930년대 초에 불렀다

민경탁(시인, 한국문인협회김천지부 부지부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7월 28일

ⓒ 김천신문

‘김천아리랑’을 1930년대 초에 불렀다는 기록이 발견되어 주목이 지속되고 있다. ‘김천아리랑’이 직지사 입구의 김천 대항면 일대에서 향유되었다는 기록이 발견된다.
수필가 김소운이 편저한‘언문 조선구전민요집’(제일서방, 동경, 1933. 1)에서 밝혀진다. 이 민요집은 조선총독부의 반대로 한국에서 발간되지 못하고 일본 동경에서 발간된 것이다. 지난 6월 1차로 ‘김천아리랑’ 가사를 소개한 김사엽 외의 ‘조선민요집성’(1948)보다 발간 시기가 15년이 앞서 있다.
‘언문 조선구전민요집’은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의 구전민요 2천 편을 채집하여 체계적으로 수록하고 있는데 경상북도 편에는 17개 시군의 민요·속요·잡가·농요·부요들을 대거 집약해 놓고 있다. 김천지방의 것은 농요·속요·부요·모노래·잡가·가사 등을 50여 편 수록하고 있다. 이 책에 나타나 있는 김천지방 아리랑 가사를 밝혀 본다.

오라버님 장가는 명년에 가고/ 농우소 팔아서 날 치워주소// 우리 댁 서방님은 일본을 가고/ 분질같은 이내 모양 다 늙는다// 우리 댁 서방님은 콩밭골 타고/ 남의 댁 서방님은 자동차 탄다// 신장로 널러서 길 걷기 좋고/ 전깃불 밝아서 썩 보기 좋다// 이팔청춘 늙는 것은 한탄을 하고/ 세월네월 가는 것은 한탄을 마라//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섯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공동묘지 가신 낭군 제사 때 오고/ 일본아 대판 가신 낭군 돈 벌어온다
* 십이삼세의 목동들이 이팔청춘가며 아리랑의 곡조에 맞추어 멋모르고 부르는 노래/ 대항면 춘천동 이영주 보

-김소운 편저‘언문 조선구전민요집’
(한글표기, 띄어쓰기, 맞춤법은 필자가 다듬음)

이 노래를 부르던 이들과 노랫말 전수자의 성명까지 소개된 최초의 ‘김천아리랑’ 가사로 보인다. ‘아리랑의 곡조에 맞추어 멋모르고 부르는 노래’라는 가사 제보자의 설명에서 이 아리랑의 전파 정경을 짐작할 수 있다.
1차로 소개된 김사엽 외 공편의‘조선민요집성’(1948)에 기록된 가사와 비교해 볼 때 문학적 완성도와 세련미가 더 있어 보인다.
‘김천아리랑’의 가사를 소개하고 있는 민요집이 또 하나 더 있다. 아리랑 전문가 김연갑 편저의‘민족의 숨결 그리고 발자국소리 아리랑’(현대문예사, 1986. 10)이다. 이 책에는 경상도권 아리랑소리로 ‘경상도 아리랑’, ‘월성아리랑’, ‘김천아리랑’, ‘상주아리랑’, ‘문경아리랑’, ‘예천아리랑’, ‘안동아리랑’, ‘봉화아리랑’, ‘대구아리랑’, ‘구미아리랑’, ‘영일아리랑’, ‘울릉아리랑’(악보 포함) ‘울릉도 엮음아리랑’, ‘영천아리랑’ 등의 가사를 수록하고 있다. 이 문헌에 소개된 ‘김천아리랑’ 가사를 소개해 본다.

아리랑<김천지방>

1. 오라버님 장가는 명년에 가고/ 농우소 팔아서 날 치워주소
2. 우리 댁 서방님은 일본을 가고/ 분질 같은 이내 모양 다 늙는다
3. 우리 댁 서방님은 콩밭골 타고/ 남의 댁 서방님은 자동차 탄다
4. 신장로 넓어서 길 걷기 좋고/ 전깃불 밝아서 썩 보기 좋다
5. 이팔청춘 늙는 것은 한탄을 하고/ 세월네월 가는 것은 한탄을 마라
6.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섯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7. 공동묘지 가신 낭군 제사 때 오고/ 일본아 대판 가신 낭군 돈 벌어온다 
8. 약물내기 딸닷네 술 한 잔 주게/ 사방공사 떼돈 벌어 술값 줄게  

* 약물내기=김천군 감천면   
* 딸닷네=택호
9. 난봉이 났네 난봉이 났네/ 남의 자식 실난봉 났네
10. 강원도 큰애기 베짜는 소리/ 길 가는 행인이 길 못 본다
11. 남산에 풀잎은 필 똥 말 똥/ 정든 님 소식에 영 글렀네
12. 나물 뜯으러 간다고 깡새 말고/ 싱깅이 두 톳을 사다주지나

 (한자 표기한 몇 곳을 필자가 한글로 표기함)

보다시피 7연까지의 전반부는‘언문 조선구전민요집’의 ‘김천아리랑’ 가사를, 8연 이후의 후반부는‘조선민요집성’의 ‘김천아리랑’ 가사를 다섯 연 생략한 채 통합하여 전 12연으로 소개하고 있다.
위‘언문 조선구전민요집’과 ‘조선민요집성’ 두 문헌의 기록을 근거로 하여 김시업 외 공저‘근대의 노래와 아리랑’(소명출판사, 2009)에서도 ‘강원도아리랑’, ‘춘천아리랑’, ‘상주아리랑’과 함께 ‘김천아리랑’의 존재를 전하고 있다.

민요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면서 구전되기에 특정한 작사자, 작곡자가 없는 노래이다. 원래 권번이나 유랑노래패 등이 부르던 통속적인 잡가였다. 각 지역에서 부르던 토속적인 농업 노동요에 입타령-아리랑의 후렴 부분, 고정부라고도 함-이 붙어 새로운 노래로 불려졌다.
조선조 말 경복궁 중수기 때(1865~1872)에 전국적으로 확산, 전파되었는데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큰 흥행으로 전국적으로 성창되자 1930년대 초에는 조선총독부가 치안을 이유로 금창령(禁唱令)을 내리기도 한 민족의 노래이다.
하지만 근래 아리랑소리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향토애 고양은 물론 남북한 양측에서 애국심, 주체사상 앙양의 소재로 부각되었다. 2001년 유엔 유네스코가 ‘아리랑’을 세계무형문화유산의 상징어로 채택하여 ‘아리랑상’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애향가로, 남북한 스포츠단일팀 응원가로, 2010년 남아공 개최 월드컵축구대회에서는 응원가로 아리랑을 불렀다. 이제 ‘아리랑’은 통일지향의 전승가요로 그 문화예술적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2년 12월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2015년 7월 한국의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경북권 아리랑 소리로 ‘문경아리랑’, ‘상주아리랑’, ‘봉화아리랑’ ‘예천아리랑’, ‘구미아리랑’, ‘안동아리랑’, ‘영천아리랑’, ‘영일아리랑’, ‘울릉도아리랑’ 등은 잘 전승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이며 영남문화 첫 관문의 고장 김천에 과거 부르던 아리랑소리의 맥이 끊겨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0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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