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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막을 준비하며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22일
ⓒ 김천신문
가을이 점점 깊어만 간다.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그때 마침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또 하루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가 나온다.
볼륨을 키워 따라 부른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갑자기 모든 게 정지된 느낌이었다. 아차, 그러는 바람에 좌회전해야 할 곳을 그만 놓치고 말아 두리번거리는데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띈다.

어느 분의‘팔순기념 서예전’이었다. 아니, 팔순기념을 저렇게도 하는구나 싶어 무작정 김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들렀다.
자그마한 할머니 한분이 평생 써온 글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계셨는데 나는 한 자 한 자 글들을 읽으며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아~ 삶의 흔적! 아니, 삶의 총체적인 결실이라고나 할까!
전시실을 서성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은 1막, 2막, 3막이라고 했지.
1막은 아이로 태어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니 학교도 다녀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2막은 성인으로 살아야 하니 직장도 다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자녀도 돌봐야 하는 그런 나이겠지.

그럼 인생 3막은 무엇일까? 내가 팔순이 되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어떤 결실을 내 놓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그 나이쯤 되면 링거를 달고 병상에 누워 있을 테고 어떤 이는 자기 똥오줌도 못 가누겠지.

그러나 적어도 내 의지대로 말하고 걸어 다닐 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는 결실의 보따리를 소중하게 풀어놓아야지.
그럼 나는 무얼 내놓을까. 그래, 인생은 마지막이 중요한 거야. 혼잣말을 하며 전시실을 나왔다.

그렇다. 요즘 평균연령이 81세라고 하니 잘만하면 90살까지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 와서 누가 얼마 전에 강연을 들었는데 너무 감명 깊었다던 김형석 교수님을 검색해 보았다.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그분은 지금 96세인데 아직도 한 달에 40회의 특강을 할 정도로 왕성하게 일을 하신다.
어떤 기자가 “인생에 있어 가장 좋은 나이가 언제인가요?”하고 물었더니 “60세 이전에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60세에서 75세까지”라고 하셨고 강의 주제는 ‘인생이여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하라’인데 그분은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96세 숫자는 어디로 가고 해맑은 소년처럼 웃으며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고 말하니 나이 타령만 하던 내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분명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었을 테다. 저렇게 아름다운 끝을 맺기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텐데.

다시금 놓고 있었던 꿈이 하나 생겼다
멋진 팔순! 아니 그땐 어쩜 구순일지도 모르겠다.
헬렌 켈러는 자기처럼 앞을 못 보는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3막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움직일 수 있는 다리로 더 즐겁게 운동하고 더 활기차게 일을 해야지. 그리고 시시콜콜한 건 강물에 던져버리고 활짝 웃어야지.

띵똥, 문자 하나가 들어온다.
‘최○○ 회원님 별세 김천의료원 영안실 201호’
엄마야, 이를 어쩌나! 나랑 동갑쯤 되는 그녀가 이렇게 비오는 날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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