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9-06 10:47:2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칼럼

칼럼- 3막을 준비하며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22일
ⓒ 김천신문
가을이 점점 깊어만 간다.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그때 마침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또 하루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가 나온다.
볼륨을 키워 따라 부른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갑자기 모든 게 정지된 느낌이었다. 아차, 그러는 바람에 좌회전해야 할 곳을 그만 놓치고 말아 두리번거리는데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띈다.

어느 분의‘팔순기념 서예전’이었다. 아니, 팔순기념을 저렇게도 하는구나 싶어 무작정 김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들렀다.
자그마한 할머니 한분이 평생 써온 글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계셨는데 나는 한 자 한 자 글들을 읽으며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아~ 삶의 흔적! 아니, 삶의 총체적인 결실이라고나 할까!
전시실을 서성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은 1막, 2막, 3막이라고 했지.
1막은 아이로 태어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니 학교도 다녀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2막은 성인으로 살아야 하니 직장도 다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자녀도 돌봐야 하는 그런 나이겠지.

그럼 인생 3막은 무엇일까? 내가 팔순이 되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어떤 결실을 내 놓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그 나이쯤 되면 링거를 달고 병상에 누워 있을 테고 어떤 이는 자기 똥오줌도 못 가누겠지.

그러나 적어도 내 의지대로 말하고 걸어 다닐 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는 결실의 보따리를 소중하게 풀어놓아야지.
그럼 나는 무얼 내놓을까. 그래, 인생은 마지막이 중요한 거야. 혼잣말을 하며 전시실을 나왔다.

그렇다. 요즘 평균연령이 81세라고 하니 잘만하면 90살까지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에 와서 누가 얼마 전에 강연을 들었는데 너무 감명 깊었다던 김형석 교수님을 검색해 보았다.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그분은 지금 96세인데 아직도 한 달에 40회의 특강을 할 정도로 왕성하게 일을 하신다.
어떤 기자가 “인생에 있어 가장 좋은 나이가 언제인가요?”하고 물었더니 “60세 이전에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60세에서 75세까지”라고 하셨고 강의 주제는 ‘인생이여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하라’인데 그분은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96세 숫자는 어디로 가고 해맑은 소년처럼 웃으며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고 말하니 나이 타령만 하던 내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분명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었을 테다. 저렇게 아름다운 끝을 맺기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텐데.

다시금 놓고 있었던 꿈이 하나 생겼다
멋진 팔순! 아니 그땐 어쩜 구순일지도 모르겠다.
헬렌 켈러는 자기처럼 앞을 못 보는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3막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움직일 수 있는 다리로 더 즐겁게 운동하고 더 활기차게 일을 해야지. 그리고 시시콜콜한 건 강물에 던져버리고 활짝 웃어야지.

띵똥, 문자 하나가 들어온다.
‘최○○ 회원님 별세 김천의료원 영안실 201호’
엄마야, 이를 어쩌나! 나랑 동갑쯤 되는 그녀가 이렇게 비오는 날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22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2025 김천시장·협회장배 시민 골프대회 성료..
2025 김천김밥축제 시작을 알리는 김천김밥쿡킹(KOOK-KING)대회..
경북도, ‘2025 경상북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개최..
산내들 별빛 아래, 사람과 자연이 음악으로 하나된 감동의 시간..
김천~청주공항 철도노선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 기원 국회토론회 개최..
「제9회 황악산 전국 가요제」 개최..
전통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개령면, 벽화로 물들다..
김천시, ‘자기혈관 숫자알기-레드서클 캠페인’ 전개..
경북도, 2025 APEC 개최 기념 경주 숙박 페스타 개최..
경북도, 제11회 ‘경상북도청소년정책제안대회’ 개최..
기획기사
경북 김천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김천시는 지난 10년간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배낙호 김천시장은 지난 4월 3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제1호 공약인 ‘시민과의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22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3,340
오늘 방문자 수 : 21,304
총 방문자 수 : 104,186,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