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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버지와 딸이 남긴 사랑의 정표

김준호(김천시 주민생활지원과 복지기획담당)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25일
ⓒ 김천신문
‘따르릉~ 따르릉~’ 지난 8월 24일 사무실로 걸려온 긴급 전화벨소리다. ㄱ의료원 공공의료지원부에서 “연고자가 없는 83세 노인이 이송되어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위급하다”는 전화였다.

인적사항을 조회해 보니 부인과 자식이 없는 홀몸 어르신이다. 오랜 세월동안 파지,  고철 등을 모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 오다 건강이 좋지 않아 119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중환자실에 도착하니 노쇠한 어르신은 폐렴으로 인해 앙상한 뼈에 핏기가 없이 수액에 의존한 채 의식만 있는 상태였다. 귀에다 대고 자녀가 있는지 여쭈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글로 써서 표현을 해도 마찬가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쉬움을 남긴 채 병원문을 나서는데, 평생 일만 열심히 하여 돈을 모아 놓고 마음껏 써보지도 못한 채 병마에 시달려 죽음을 기다려야 하다니…….
요즘 일부 부정수급자는 복지급여를 받기 위해 위장하여 재산과 소득을 숨기는 데 비해 정부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묵묵히 일해 오신 분이다.

며칠 지나 건강상태가 호전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에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여 쾌유만을 바랐건만 한 달 보름만인 10월 11일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연고자를 찾기 위해 수소문 한 결과 부산에 거주하는 동생에게 연락이 닿아 사망소식을 전했지만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온다는 말만 하고 보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10월 26일 갑자기 동생분이 병원에 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하니 그 어르신도 몸이 편찮은 상태였다. “형님의 사망소식을 들었으나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이제야 왔다”는 것이다.
장례를 치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서류 확인 차 주민센터에서 제적등본을 다시 확인한 결과 아뿔사,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미혼으로 등록되었지만 결혼도 하고 딸을 한 명 두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딸의 주소지를 파악하여 휴대전화를 하니 모른다는 응답전화에 행여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 전화번호로 거니 “아버지가 맞다”는 말에 한숨 돌렸다.
어릴 때 어머니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떨어져 혼자 고생하며 결혼을 하고 자수성가한 딸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토록 찾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한동안 전화는 끊긴 듯 침묵이 흘렀다.

부산에서 밤늦게 도착하여 빈소를 지킨 다음날 김천화장장으로 가는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경남 남해가 고향인 어르신은 김천에서 질곡의 삶을 이어오고 딸은 아버지에 대한 정을 그리워하며 살아 온 것이다. 딸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부모와 관계가 단절되어 있어 더욱 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마침 이날은 남북한 이산가족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비록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더하며 못다 이룬 부녀의 정을 더욱 북돋았을 것이다.

딸은 사망신고를 하고 재산정리를 한 후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얼까 고심하던 중 김천시인재양성재단에서 자라나는 지역 청소년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을 알고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거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딸은 그 다음 주에도 아버지 제2의 고향인 김천에 들러 아버지가 살아온 발자취를 밟으며 40년간 이루지 못한 애틋한 마음을 여미고 돌아갔다.

그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큰 뜻을 펼친 어르신과 딸이 오늘 따라 애잔한 감동의 물결이 가슴속에 자리 잡는다.
세상은 돌고 돌아간다. 따스한 기온이 차가운 기온을 데우면서 더불어 살아가게 해준다.
서로를 위하며 보듬다 보면 모난 돌도 동그란 조약돌이 되어 세상을 따스하게, 살맛나게 해 주겠지.

따뜻한 감동의 소식을 접하면서도 이내 마음이 울적해 지는 이유는 무얼까?
이제 겨울이다. 추풍령의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지만 서로를 보듬어 주는 김천시민이 함께 하기에 춥지 않은 겨울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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