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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12월 31일 마지막 달력 한 장 아무런 부끄럼 없이 침 묻힌 엄지 검지로 떼어낸다 여리고 작은 양은 그렇게 그렇게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선량한 원숭이에게 희망의 새 임무를 인계하고 떠났다 죽도록 서럽고 차가운 서리꽃 머문 자리에 아지랑이 안개꽃이 무럭무럭 피어날 때 말 못한 사연들이 줄줄이 나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돌이끼도 길 위의 히드라 버섯꽃도 새해 문안인사 의복을 차려입고 복사꽃 하얀 이를 드러낸다 황악산의 내원계곡은 오늘도 갈갈이 사자후를 토하는데 저 칠보산, 묘향산, 금강산 희망봉은 아무 말이 없다 언제 우리가 고구려 후손 이었던가 언제 우리가 발해의 자랑스러운 백성이었던가 이제 잊자 세월호도 잊고 메르스도 잊고 바퀴벌레 뿔난 소리 돈벌레 뿔난 수염 소리도 모두 잊자 그래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불가역적(不可逆的) 위안이 된다 잊자는 것은 또 하나의 사건 영원히 기억의 사건 또 하나의 새로운 경이로운 탄생이 아니던가 재주 많고 선량한 원숭이가 우리의 소원을 목청껏 노래 부른다 너와 나는 하나 나와 너는 하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황악산 비로에서 금강 묘향 칠보에서 선량한 원숭이의 노래 소리가 하늘 높이 메아리친다 월간‘문학공간’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경북문인협회, 김천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화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코리아파워리더대상(문화예술부문), 제20회 김천시문화상 등 수상. |  | | ⓒ 김천신문 | |
최법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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