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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가르침

김선규(수필가·금성고 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6년 02월 16일
ⓒ 김천신문
 교육이라는 큰 짐을 부여받고 달려온 세월이 제법 길다. 그런데 내가 지나온 그 길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를 반추해본다. 처음 초등학교 5학년을 담임하면서 나는 어린 제자들에게 군림하고 명령하며 지시하는 사람으로 존경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다.
또 중등으로 전직해서 참고서를 보고 외운 짧은 지식으로 읊어댄 앵무새 교사이었음을 그 때 그 제자들에게 엎디어 내 잘못을 빌고 사죄한다. 이제는 중년이 된 나와 띠 동갑인 너희들에게 정말 늦은 반성이고 사죄이지만 너그러이 용서해주기 바란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수많은 제자들에게 오류를 저지르며 가르친 점을 반성하고 내 잘못을 빈다.
 
 당나라 때 법선사라는 사찰에서 열반경(涅槃經)에 정통한 인종법사(印宗法師)의 강의를 듣기 위하여 나라 안에서 모여든 수행자들로 야단법석이었다. 강의가 이어지던 어느 날, 마당에 나와 앉은 스님 두 분이 논쟁을 시작했다. 둘은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을 보며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라 하고 다른 한 스님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라며 좀체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성만 자꾸 높아졌다. 그러다가 열반경 강의는 끊어지고 그 둘의 논쟁에 스님들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며 편이 나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한 동안 보고 있던 스님 한 분이 그 논쟁에 끼어들었다.
 “스님들, 그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스님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뿐입니다.”
 그러자 두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두 무문혜개(無門慧開) 제29칙에 나오는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라는 뜻의 ‘비풍비번(非風非幡)’이며 논쟁을 종식시킨 스님은 후에 달마로부터 이어오던 선종의 제6조가 된 혜능선사(慧能禪師)이다.
 최근 굵직한 사건들이 무지 잦게 일어나지만 선뜻 그 사건에 직접 관계있고 관여한 책임자 어느 누구도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는 이가 없어 불만이다.
큰 사건일수록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당사자가 국민 앞에 정중하게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머리를 숙여 사죄한다면 정이 무던히도 많은 우리 국민들은 너그러이 그를 포용하며 감싸줄 것이다.
 40년이나 지난 내 잘못을 몇 줄의 글로 제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제자들아!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배운 것은 학문적 지식뿐이었지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더 크게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
 가르치는 일보다는 일을 잘하는 업무 처리 능력 향상을 기르기 위해 두어 방학 그 짧은 2~3주의 교육 실습을 통해 약간의 인간성 교육이라는 점을 간을 보듯 입맛만 다셨고 오로지 지식 전달자로서의 역할만을 배우고 일선에 나섰다. 일선 학교에서는 선배 교사의 교수법이라는 것도 매우 일반적이어서 무척 피상적이고 꿈을 잡는 소리들이었다. 대표적으로 ‘학년 초 생활 지도가 1년을 좌우한다’며 학생들을 다그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을 뿐일 정도이다.
 참으로 많은 세월을 허울 좋은 교육 언저리만을 맴돌다 지름길을 두고도 먼 거리를 돌고 돌아 이제 교직을 마감하며 그만두려는 시점에서야 회한을 품고 반성을 한다. 참으로 너무 늦은 깨달음이다. 내가 스스로 잘못된 길을 한참 가서야 오류임을 알아채고 되돌아서는지 모르겠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는 무오류의 인생길을 걸었다면 훨씬 훌륭한 참교육자가 되었을 터인데 말이다.
 나는 교육과 이로 인한 가르침을 대비하여 깨달은 바가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발성 신장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바람이 일어나는 것도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이라는 깃발을 나부끼게 하는 역할로서의 교사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부끼게 한다는 것도 사실은 수동적이고 피동형이다. 교사라는 매개체를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가르침)은 나부낌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저대로의 힘으로 일렁이게 해야만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학생들이 제 스스로 배움을 통해서든 스스로 어떤 일을 하다가 얻는 감동과 감명을 받아 스스로 자신을 순전히 자발적으로 일렁이게 하여 깨닫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힘도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도 배가 되기 마련이다. 꿈과 끼를 찾고 기른다는 목표로 이태 전부터 새로 시작한 교육과정 중 하나인 ‘자유학기제’의 일환도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제일 목표인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쳐 두들겨 패 ‘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감동과 감명을 받아 눈물을 흘려 ‘울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학교 마당 교사 앞에 내걸린 태극기와 교기를 펄럭이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을 통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가르침이 꼭 필요하다.
 스스로 깨달아 인지한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교육, 참말로 어렵다. 정답을 찾아 계속 헤맬 것만 같다. 교육도 비풍비번(非風非幡)인지도 모른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6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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