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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하지만 일상적 삶을 잊고 한 곳으로 모여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성주와 김천 시민들이 그들이다.
어제(9월 16일)로 우리 김천은 27일째 촛불을 밝히며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관계자가 무어라 답변해 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국방부에서 급파한 사람들이 두더지처럼 지역 주민들을 선무하며 다니고 있다.
우리 김천의 경우 성주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하다. 성주의 경우 성산포대로 사드 배치 장소가 결정되자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강력 항의했다. 그러다 그 지역 국회의원과 군수를 비롯한 일부의 사람들이 국방부에 성산포대가 아닌 제3부지에로의 이전을 건의했다.
이런 건의는 인접한 자치단체에 사드로 인한 피해를 떠넘기는 일이다. 롯데스카이힐 성주 CC가 제3부지로 유력하다는 소식은 당장 우리 김천이 피해 대상지가 된다는 말과 같다. 국가의 안위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이렇게 지역의 문제로 협소화시키고 말았다. 님비 현상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앞에 두고 김천시민이 나뉘어지고 있다. 적전분열의 모습이다. 사드 배치 '한반도 배치 반대'와 '롯데 골프장 반대'를 놓고 심한 갈등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 안타까움과 씁쓰레함을 감출 길 없었다. 우리의 싸움 상대가 좋아할 일이기 때문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와 '롯데 골프장 반대'는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다. 포함 관계이자 등가의 관계이다. 한반도에 사드를 수십 기 나아가 수백 기를 배치하는 것이라면 롯데 골프장이 아닌 제4의 장소를 주장하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기 배치를 두고 지금 찬반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롯데 골프장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점에서 운동의 대의명분을 잃고 있다.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싸움 상대가 유도하는 님비의 덫에 걸리고 만다.
사람은 극히 이기적 속성을 가진 존재이다. 지금 세계를 활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인간 이기성의 극단적 발현이다. 역사의 점진적 발전을 믿는 내가 보기엔 정상적 흐름이 아니다. 사드의 롯데 골프장 배치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내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생각도 이기적 속성에서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내 발등에 불 떨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그 불이 아무에게도 떨어지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를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하나의 운동(Movement)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평화운동'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드 문제를 롯데 골프장 반대로 제한시킨다면 이것은 개인적 나아가 지역적 욕구 충족은 될지 모르겠지만 만인이 동의하는 '운동'은 되지 못한다. 우리의 싸움 상대는 강력한 힘을 가진 정권이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미국이다. 버거운 상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의를 따르고 명분에 맞게 싸운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06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그 나라의 붕괴로 자생의 길을 걷게 된 체코는 나토(NATO)에 가입하여 국가 안위의 보호막을 쳤다. 나토는 미국이 이끄는 군사 블럭이다. 미국과 체코 정부 간 합의로 체코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체코 국민과 국회의 극력 반대로 그 계획이 철회되었다.
우리의 싸움을 승리로 귀결시키기 위해서는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분명한 목적 하에 여론을 확산시키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 중국 군사 기지 탐지용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그것이 미국의 MD(Missile Defense) 전략의 하나로 알려진 만큼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는 명분 있는 싸움이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도모해야 된다는 말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롯데 골프장이 아닌 다른 곳에 배치되기를 바라고, 또 그것의 롯데 골프장 배치가 기정사실로 확정된 것이라면 가능한 한 반대급부를 많이 받아내야 한다는 논리를 흘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분명히 말하건대 역사에 죄 짓는 것이다.
투쟁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 이견은 목적이 같을 때 동력을 살찌우는 토론이 된다. 그러나 목적이 다를 때는 전선을 허물고 패배를 재촉하는 지름길이 되기 쉽다. 사유는 자유다. 허나 잘못된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며 분란을 부추기는 것은 삼갈 일이다. 단일 대오가 절실히 요청된다.
앞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와 롯데 골프장 배치 반대를 포함의 관계이자 등가의 관계라고 했다. 한반도 배치 반대에는 롯데 골프장 반대가 당연히 포함된다는 말이요, 한반도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바로 롯데 골프장 배치를 반대한다는 말과 같다는 의미이다. 사드 배치의 제3부지가 발표되는 순간 우리의 투쟁은 활화산처럼 타 오르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의 롯데 골프장 반대에 매몰되다 보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은 괜찮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 때부터 사드 싸움은 운동이 아니라 님비로 전락한다. 정권과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드 배치를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명운이 달린 문제로 인식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운동은 상대가 무서워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