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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승산이 많지 않다. 김 빼는 소리인가. 그래도 할 수 없다. 싸움의 상대 앞에 나뉘어 치고 박고 헐뜯는 것을 '적전분열(敵前分裂)'이라고 한다. 지금 김천의 사드 싸움이 딱 그 형국이다. 싸움의 상대인 박근혜 정권과 미국을 두고 나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권은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고 미국은 세계 패권을 쥐락펴락하는 나라이다. 지금 우리 김천시민이 나뉘어 다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김천시민을 가소롭게 보고 짓는 미소!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겠다는 미소이겠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투쟁의 목표가 달랐고 따라서 싸움의 자세가 달랐으며 피아(彼我)의 구분지(區分枝)가 달랐다. 이러니 전선이 흐트러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사드 반대는 정권과 미국과의 대립 관계임에도 시민들 간 편 가르기가 횡행했다. 사드에 겨누어야 할 창을 같은 편에 겨누기를 즐겼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내 생각이다. 이른바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당론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찬성이다. 우리 김천도 새누리 텃밭이다. 이철우 의원이 당당하게 사드 찬성을 할 수 있는 것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철우 성향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롯데 CC 반대밖에 길이 없다.
이해한다. 정치는 고등 수학과 같아서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처리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이럴 땐 기술이 필요하다. 친여 성향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쟁력을 갖고 있는 조직을 위해 가만히 있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싸움의 한 축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관변 조직을 동원해 일회성 궐기대회로 할 일을 다 하는 양 생각한다. 퍼포먼스로 언론을 타는 것으로 자족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김천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어떻게 대응할지.
더 마음 아픈 일은 시민대책위 사람들을 쉽게 종북으로 몬다는 것이다. '종북'이 뭔지 개념이나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북을 추종하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종북을 개념 짓는 것이라면 시민대책위에 단 한 명의 종북도 없다. 내가 단언한다.
혹 이렇게 규정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박정희 박근혜를 맹신하는 극우 분자들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이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몽땅 종북으로 몰아 부치는 것. 이런게 종북이라면 나도 거기에 속할 것이다. 또 시민대책위 사람들 중 이런 식의 종북은 없지 않을 것이다.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 하는 게 종북이라면 나는 기꺼이 종북이 되겠다.
시민운동은 원래 자생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스스로 일을 할 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관(官)의 영향권 아래에선 시민운동다운 시민운동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 주위의 관변 단체는 나라의 민주주의에 장애가 된 적이 많다. 반성할 일이다.
SNS는 소통의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역기능도 만만찮다. 사드 투쟁을 앞에 두고 그런 현상들을 경험한다. SNS를 통로로 주고받는 비난전이 도를 넘고 있다. 이름을 감추고 뱉어대는 말들에서 인간 무상을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다. 싸움의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생각이 다른 시민을 더 헐뜯는다.
나도 황당한 일을 당했다. 기분이 몹시 언짢다. 촛불집회 5분 브리핑 내용을 정리해서 내가 가입해 있는 사드 관련 밴드 두 곳에 올렸다. 나 나름대로는 촛불집회 현장에 없던 분들에게 서버스 차원에서 한 일이다. 그런데 한 곳에서 인격 모독성 공격을 받았다. 그것도 실명을 감추고 활동하는 사이버 전사들(?)에게서.
이런 언어폭력을 당할 만큼의 삿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았고, 나약하지만 떳떳하게 살려고 애썼다. 그런데 늘그막에 이런 모욕을 당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종북, 목사의 옷을 벗어라, 비성경적, 성도 시험 든다, 김천의 목회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사드 싸움에 정당성이 없기 때문 등등. 과연 그럴까?
싸움은 상대가 바라는 대로 싸우면 안 된다. 이기고도 지는 싸움이 되기 쉽다. 그래서 손자도 그의 병법서에서"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김천의 사드 싸움에서 일부의 사람들은 상대를 상황을 알려는 것(知彼)보다 같은 편 헐뜯기에 바쁘다. 아니 될 일이다.
내가 롯데 CC 배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를 외치는 것은 그것이 박근혜 정권과 미국이 거북하게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의 상대에게 고민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따라서 승리의 가능성이 보다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며 시비를 거는 전쟁터 사람들을 볼 때 승리의 전망은 솔직히 '매우 흐림'이다. 이 일을 어찌 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