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천신문 | '매국노(賣國奴)'하면 일제에 나라를 판 을사오적(乙巳五賊)이 생각난다. 이완용 등 대한제국의 대신 다섯 사람이 한일병탄 문서에 도장을 찍음으로써 나라가 일본으로 넘어 갔다. 이른바 통감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후대의 역사는 이들을 두고 '을사오적'으로 칭하며 매국노의 앞자리에 세웠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을 나타낼 때 '사람 인(人)'자를 뒤에 붙여 표기한다. 정치인, 문인, 체육인… 등등. 그런데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에게는 '사람 인'이 아닌 '종 노(奴)'자를 붙여 쓴다. 주체적 의지를 갖지 못하고 사고력이 '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종은 자기주장이 없다. 주인에게 순종만 하면 된다. 지금 우리 김천은 사드 배치에 대해 민관(民官) 할 것 없이 전 시민이 궐기하고 있다. 오늘(10월 2일)로 43일째 사드 반대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9월 30일 우리 김천의 코 밑에 있는 성주 롯데 CC로 부지가 확정 발표된 뒤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정권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반발이다. 어제(10월 1일)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도 1,500 여 명의 시민이 김천역 광장에 운집해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격려 차 방문한 한 야당 국회의원은 이런 장면을 보고 기적이라고 했다. 허사(虛辭)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날, 한 주제를 놓고 행한 이곳의 집회엔 100 명을 채우는 데에도 버거움이 따랐다. 이런 정서 속에서 오늘 시내 곳곳에 붙어 있는 사드 배치 찬성 현수막들을 발견했다. 오래 전부터 독재정권의 호위대 역할을 자임해 온 관변단체의 소행일 것이다. 나는 이들의 돌출적인 행동을 접할 때마다 '매국노'란 단어가 떠오른다. 왠지 모르겠다. 국민 전체를 볼 줄 모르고 불의한 정권의 앞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 오전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숫자가 걸려 있더니 오후엔 많이 늘어났다. 사드 찬성 현수막을 단 단체를 일별하니 관변단체들보다 더 극우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들이었다. 또 실체가 있든 없든 그 단체들은 모두 전쟁과 관련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전쟁의 피해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쟁 무기인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더욱이 사드의 롯데 CC 배치는, 우리 김천시와 다수의 시민이 반대하고 있고, 중앙 정부와 청와대가 찬성하는 사안이다. 우리 지역 이철우 의원이 찬성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럴 땐 보수 극우의 단체라 할지라도 지자체의 입장을 따라 주는 게 원칙이고 도리이다. 싸움의 전선을 무너뜨려 롯데 CC에 사드를 안착시키려는 것이 저들의 의도일 것이다. 전투는 힘과 힘의 대결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민대책위는 힘을 더 모우고 전술을 다듬어서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싸움 대상이 박근혜 정권과 미국이었다면 여기에 지역 내의 극우 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나라를 팔아넘긴 자들을 매국노라고 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적지 않은 숫자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긴 을사오적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를 위한 무기가 아니라 사드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무기이다. 이것을 롯데 CC에 배치하는 것에 찬성하는 자들을 '매김노'(賣金奴, 김천을 팔아넘긴 자)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사드 반대 현수막 속에 끼어 있는 극우 단체의 찬성 현수막을 보면서 사람의 성정(性情)이 본래 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오늘로 43일째 드는 우리의 촛불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김천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손가락질 당해도 무방하다.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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