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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어안이 벙벙하다. 이게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이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두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중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건 민주주의 발전의 한 모습이라고.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18년 철권통치를 한 독재자의 딸이라곤 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겠냐고.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는 출발부터 헛발질이었다. 그것은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할 인물들만 골라 요직에 앉히려 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그것부터 꼬였으니.
인사뿐이 아니었다. 모든 영역에서 그는 불통이었다. 국민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소수의 지지자만을 생각했다. 서민 대중을 위하기보다는 가진 자 위주의 정치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면 돌파의 명수였다. 국민 다수가 외면하는 데도 영남 지역을 카르텔로 하는 이른바 '친박'들은 쾌재의 장단을 잘도 맞추었다. 꼴불견이었다.
창피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나라 안은 우리끼리니까 그렇다고 치자. 외교와 국방 문제에서의 자충수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외국 순방 중 수행원의 성 추문으로 체면을 구기더니 강대국 앞에서 북을 혼내 달라는 애걸은 '통일대박'과는 멀어도 너무나 먼 행동이었다.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보였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 한민족의 미래는 통일밖에 없는데도 반통일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전 정부가 쌓아 올린 공든 탑까지 무너뜨리는 잘못도 서슴지 않았다.
상징적 사건이 개성공단 폐쇄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건 정상적인 국가 통치 행위가 아니다. 남북 분쟁과 갈등을 막아 주는 마지막 보루가 개성공단이 아니었던가.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하면서 주무 부처인 통일부 장관을 배제시켰다. 거기에 북한 붕괴론, 대량 탈북 촉구 등의 발언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
지금 내가 사는 김천 지역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현안이 사드 배치 문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배치하겠다는 사드가 그것엔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나지 않았는가.
사드가 우리나라엔 백해무익이고 오로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무기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이런 무기를 굳이 우리의 인근 롯데 CC에 배치하려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사드는 전쟁 무기이고 이것은 국방부 소관 업무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최종결정하는 회의(NSC)에 국방부 장관은 배제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70일째 사드 반대 투쟁을 해 오면서 갑갑했던 것 중 하나가 최고 통수권자의 말도 안 되는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시킬 마땅한 대화 채널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방장관도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최순실 얘기로 돌아오자. 비선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뿐 아니라 고위 인사 개입 나아가 외교 군사 문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 결정에도 그가 개입하지 않았을까?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국회의원 중 몇 안 되는 군사 전문가이다. 이들이 사드 배치와 최순실을 연결시키고 있다.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 회장 등 임원들이 연이어 방한해서 관계자들을 몰래 만난 정황들을 들이 댄다.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 값에 떨어지는 떡고물, 비선 실세가 눈독 들이기에 딱 알맞은 먹잇감이다.
박근혜 정권 3년 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었고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굿판만 있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사실이 그랬다. 국민을 바보 천치로 알고.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 갈 게 있다.
소위 '친박'이란 이름으로 박근혜 치맛자락을 붙들고 희희낙락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박근혜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며 '콘크리트 기반'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우리 지역은?
정치에 있어서의 고질적 지역성은 이성의 산물이 아니다. 감정의 결과라고 봐도 좋다. 그 감정의 헝클어진 작동이 박근혜 대통령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혹시 아닐까.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아우성이 전국을 진동하고 있다. 하야와 퇴진, 탄핵하라는 함성이 메아리치고 있다. 거국내각 이야기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런 국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에게 붙어 호가호위한 사람들도 석고대죄할 필요가 있다. 콘크리트 지지로 대통령을 교만케 만든 TK도 책임의 일단을 면할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