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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아니, 냉혹하게 말해서 하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물러나는 것이다. 스스로 물러나면 '하야(下野)'가 될 것이고 법적 절차를 밟아 물러나면 '탄핵(彈劾)'이 될 것이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禮)를 차릴 생각이 있다면 하야하는 길을 택하는 게 옳다. 그는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놓여 있다. 박근혜의 호위무사(護衛武士)를 자처했던 친박조차도 박근혜가 물러나기를 은연 중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이 의지할 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다. 참으로 권력 무상이다. 오늘(11월 26일)도 서울에서만 200 만, 전국을 합치면 300만이 훨씬 넘는 국민이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었다. 그의 지지도도 4%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것은 국민으로부터 이미 탄핵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여러 각도에서 진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진단은 이렇다. 먼저, 대통령 감이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정치인이 아니다. 아버지 박정희라는 후광(後光)이 늘 따라 다녔다. 쉽게 말해서 아버지의 백으로 정치를 하게 되었고, 친박이라는 계파를 만들 수 있었고 나아가 대통령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은 아버지 박정희의 아바타이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은 국민들이다. 따라서 박근혜가 지엄한 국정을 사적으로 농단하게 만든 책임의 일단을 국민들은 져야 한다. TK가 그 앞 자리에 있다. 카리스마를 가진 독재자에 대한 향수, 사람보다는 지역성에 얽매인 투표 성향 등이 박근혜 당선의 요인이었지 싶다.
이런 풍토 속에서 출범한 박근혜 정권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적합성보다는 편법에 능했고 포용보다는 배척의 칼을 즐겨 휘둘렀다. 전 국민을 배려한 정치가 아니라 죽이 맞는 자기편만의 정치를 하려 했다. 박 정권 하, 극우 세력의 발호(跋扈)가 그것을 말해 준다.
박근혜를 아버지 박정희 아바타라고 했다. 그는 독재자 박정희의 통치 행위를 선호했다. 세월은 많이 흘러 상황이 변했는데, 그는 유신 독재 시절로 돌아가려고 했다. 40년 전 아버지 박정희에게 충성했던 사람들을 주위 요직에 앉히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시대와 사람의 부조화 문제가 제기되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은 21세기를 치닫고 있는데 박근혜는 20세기에 사용했던 아버지의 통치술을 원용했다. 진리가 왜곡되고 정의가 사라졌으며 평화가 무너지는 상황이 도래했다. 역사의 후퇴 현상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그것을 잘 말해 준다. 역사는 학문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역사학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데도 국정화를 밀어 붙였다. 겨우 극복 단계에 들어선 극일 사관을 식민사관으로 되돌려 놓았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지위를 망각하고 사사로이 욕심을 채우려 했다. 최순실 사건을 보라. 어떤 공적 직위도 갖지 않은 최순실이 국정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데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건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고 하는 것이 옳다.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어 서민들은 살아가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상위 8%의 부유 계층은 부(富)를 주체하기 힘들어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소수의 부유 계층 편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 왔다. 이른바 갖은 자 편의 정권이다.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 기반으로 알려진 TK 지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1번 찍은 걸 부끄러워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볼 땐 민도(民度)의 상승이요, 정치적으로 볼 때 안목(眼目)의 확대라고 할 수 있겠다.
여당의 분리 현상이 가시화 되고 있다. 대통령이 철권을 휘두를 때만해도 지나칠 정도로 충성을 맹세하던 자들이 하루아침에 할 말을 홍수 같이 쏟아내고 있다. 용렬하다. 정치인이 아무리 힘을 좇는 직업군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불의한 박근혜의 부역자들이다.
어떻든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 지도력을 완전히 잃었다. 사면초가도 이런 사면초가가 없다. 이미 때는 늦었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고 하야를 발표하기 바란다.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다. 그녀는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