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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거울

윤애라(시인·율곡동)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24일
ⓒ 김천신문
공터에 버려진 깨진 거울 조각이 하늘을 담고 있다. 구름이 거울을 툭 건드리고 간다. 햇빛도 제 얼굴을 비추고 지나간다. 세월을 기록한 내 얼굴도 깨진 거울 조각에 담아본다.

 황급히 건져내는 얼굴. 얼마 전 모임에서 어려움을 이겨낸 지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이 직장을 잃는 바람에 가족은 온갖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부부가 함께 도배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 나갔는데 그마저도 남편은 건강이 좋지 않아 아내 혼자 일할 때가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손이 커서 남들 하는 일의 두 몫은 해요”라고 방긋 웃는다. 얼룩진 벽을 새 벽지로 덮으면서 날마다 새 날을 꿈꾸었을 것이다. 반듯해진 벽과 천장을 보면서 앞날을 팽팽하게 당겨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손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쉬는 날 없이 일 하면서도 부부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장롱에 붙은 조그만 거울 때문이었다. “거울을 보면서 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늘 웃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부부가 함께 그 조그만 거울을 보면서 서로에게 웃어주었다. 부부의 뒤로 네 아이가 다닥다닥 붙어서 웃고 있는 모습까지 상상하게 한다. 건강한 아침이 그려진다. 고단하면 고단할수록 거울을 보며 웃었다고 했다.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그러고 보니 그 부부는 항상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슬픈 이야기도 그 얼굴엔 슬픔이 없다. 혹독한 아픔을 통과한 얼굴이다. 포기하거나 버려둔 게 아니라 숨어있던 미소까지 끝끝내 찾아낸 얼굴이다. 그 집 거울은 웃는 얼굴만 기억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세월보다 적은 날이 얼굴에 기록되었으면 한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면 믿기지 않으면서도 기분이 좋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세월을 그대로 베껴놓았다. 내심 서글퍼져서 주름을 세세히 살피다가 그 주름을 만드는 내 표정을 발견한다. 화들짝 놀라서 입꼬리를 올리면 거울이 그제야 내 미소를 받아 준다. 한 번씩은 먼 시간 속에 던져 놓았던 순간도 가져다주는 거울. 지금은 먼 나라에 계시는 부모님의 얼굴도 내 얼굴에 슬며시 포개놓고 가는 거울. 

 부부의 이야기는 새해에 받은 새 거울이다. 자주 들여다보며 잊었던 나와, 잊혀져가는 나를 만날 것이다. 아픔을 넘어 선 그 미소를 떠올릴 것이다.  
거울을 보면서 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늘 웃었어요. 그 목소리 쟁쟁해서나는 다시 깨진 거울에다 웃는 얼굴을 담아보고 간다. 겨울 햇살이 공터를 따듯하게 데우고 간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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