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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옷 고쟁이

이우상(수필가·한국예총김천지회 부회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24일
ⓒ 김천신문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다. 몇 개월째 온 나라가 온통 국정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 민족 고유의 대 명절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어른들께 세배도 드리고 떡국을 비롯한 설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명절이나 결혼식 때마다 즐겨 입는 여인들의 한복은 보기에는 우아하나 활동하기에 매우 불편하여 잠깐 입다가 곧 벗는 것이 통례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불편한 한복을 평상복으로 입고 살아왔는데 고쟁이라고 하는 속옷을 입어 그 불편함을 해소시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고쟁이는 바지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바짓가랑이 사이가 터진 채로 겹쳐져 있다. 그래서 소변이나 뒤를 보기 위해서 고쟁이 끈을 풀고 바지를 밑으로 내리지 않고도 쉽게 열 수 있어 편리하다. 쭈그려 앉기만 하면 저절로 아래가 열리고 다리를 모으거나 몸을 일으키면 고쟁이 밑이 겹쳐지면서 자연스레 터진 곳이 닫히도록 구조화 되어 있다.

 남성들처럼 가부좌 형식의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 고쟁이 가랑이 사이가 벌어져 밑이 열리기 때문에 궁둥이를 바닥에 붙이면서 한쪽 무릎을 세워 자연스럽게 우아한 앉음새를 취할 수 있다. 밑이 완전히 트인 고시마키를 입는 일본 여성들이 꿇어앉을 수밖에 없는 것에 비하면 매우 기능적이면서 실용적이다.
 
 뿐만 아니라 대가족 제도 하에 있던 우리 조상들은 방 하나에 온 가족이 생활할 때도 고쟁이 여닫이 구조는 부부간의 잠자리도 아주 편리하게 활용되었다. 굳이 고쟁이 속옷을 벗지 않아도 아래를 쉽게 열 수 있고 닫을 수 있기 때문에 부부간 사랑을 나누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대가족이 더불어 사는 전통사회에서 여성이 알몸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엄두도 못 낼 형편에 고쟁이 속옷은 정말 안성맞춤의 옷이었다.

 옷을 입었으면서도 벗은 상태와 같은 양면적 구실을 하고 있어 조상들의 번뜩이는 지혜가 돋보인다. 길을 걸을 때도 바깥 공기의 유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다. 스스로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열 수 있어 속옷으로는 물론 잠자리 옷으로도 손색이 없다.

 여름용 고쟁이의 위쪽은 얇은 감으로 하고 아래쪽은 비단으로 덧대어서 겹바지처럼 멋을 내기도 한다. 더러는 허리 말기 밑을 기다란 조각 천으로 문살처럼 드문드문 이어서 허리가 시원하게 드러나 보이도록 한 것은 여성들의 생리적 흡습성 기능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흡습성과 통기성은 서로 모순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고쟁이는 이 문제를 자연스런 여닫이 구조로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다. 열린 상태는 물론 닫힌 상태에서도 공기의 유통을 자유롭게 하고 그러면서도 두 겹의 천이 항상 겹쳐져 있으므로 흡습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우리의 옷 고쟁이, 기능적일 뿐 아니라 여성들의 생리적 건강을 보장해 주는 훌륭한 옷이지만 지금은 어느 한 사람 입는 이가 없을 정도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남성용 내의에 소변용 여닫이문을 내는 아이디어로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사실은 우리 할머니들이 마름한 고쟁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최첨단 소재가 등장하고 핵가족 시대 독신가정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굳이 불편한 한복을 입을 이유도 없고 설사 입는다고 하더라도 고쟁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진 전통문화가 어디 고쟁이 하나뿐일까 마는 다가올 명절에 한 번 입는 한복을 떠 올리며 훌륭했던 조상들의 지혜로운 아이디어 하나가 또 사라진 사실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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