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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사는 작은딸네가 외손자들 방학했다고 외갓집에 왔다. 여덟 살인 형은 과묵하고 일곱 살인 동생은 장난꾸러기다. 거실에서 작은외손자가 “할머니 몇 살이야?”하고 물었다. 질문이 엉뚱해 장난기가 생긴 할머니는 “세 살”이라고 답을 해보았다.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내 동생인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지게 쳐다본다.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떡이더니 “오십 삼살?” “땡!” “그럼 육십 삼살?” “땡!” “~~~” “육십은 맞고 삼살은 땡!” 외손자는 숫자 세기 할 때 가끔씩 헷갈릴 때가 있다. 할머닌 육십삼이란 숫자가 너무 많다고 느껴진다. “할머니, 암보험 들면 되겠다!”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보험은 왜?” “할머닌 칠십 살이 안 되었으니 암보험 들어도 돼요.”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주문인가? 보험회사 다니는 작은사위 영향이란 말인가? “아빠 도와 영업하니?” “그게 아니고요. 티브이 보고 배웠어요. 보험회사 가면 자동차보험도 있고요. 암보험도 있고요.” 신체부위를 가리키며 노래가 이어지더니 마지막으로 사타구니를 쓰다듬으며 “00보험도 있고요. 없는 것 없이 다 있어요.” 방에서 오락하던 큰외손자도 번개같이 나타나 함께 춤추며 노래를 부르는데 예사 실력이 아니다. 보험종류도 많고 처음 들어보는 노래라 신기하기만 한데 작은외손자가 나를 넘어뜨리고 간질인다. 갑자기 당한 간질임에 힘이 센 손자가 사자처럼 무서워 몸을 웅크리고 그만하라고 손을 흔들며 사정하니 멀뚱멀뚱한 두 눈이 “삼 살”된 할머니를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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