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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오줌 똥 싸고 아기가 되어야 죽는다”

함종순(시인·개령면 동부리)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2월 27일
ⓒ 김천신문
얼마 전 친구의 친정엄마께서 치매로 1년여 주간 요양보호센터에 다니다가 아들딸도 잘 알아보지 못해 요양원에 모셨다고 했다.
개령 신룡본당 소속 어머니 레지오팀에서 농한기를 맞아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선산 성심요양원에 봉사하러 갔다. 가기 전 요양원에 전화해서 어떤 봉사를 할지 알아보았더니 빨래 개는 봉사를 하면 된다고 했다.

봉사하러 가는 사람이 50대~80대 여성이다 보니 사비나 자매는 허리가 아프고 마리아 자매는 다리가 아프고 루치아 자매는 약물투석을 하루에 세 번하는 환자였다. 게다가 다리수술 위암수술한 자매도 있어서 힘든 일이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하느님께서 어떻게 알고 앉아서 하는 일을 시켜 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

10년 전에도 봉사하러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여름이라서 아침 일찍 갔다. 수녀님께서 일손이 바빠 마늘 캐는 시기를 놓쳐 마늘을 캐야 한다고 했다. 양로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늘밭이 있었는데 포터 짐칸에 타고 갔다. 마늘밭에 가서 보고 깜짝 놀랐다. 마늘은 보이지 않고 풀이 어른 키만큼 자라 마늘밭이라고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낫이며 삽, 호미로 마늘을 캐는데 구미 성당에서 봉사 온 형제들이 낮으로 풀을 깎고 삽으로 땅을 뒤집어 마늘을 캤다. 마늘 대궁이 다 녹아 마늘도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마늘은 제법 굵었다. 해가 떠오르자 땀은 비 오듯 하고 풀을 베자 풀 속에 숨어 있던 모기 벌레가 물어 가렵고 고된 일이었다.

땀 흘려 일하고 도랑에서 손 발 연장까지 씻어 양로원에 가자 맛있는 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힘들게 일하고 먹는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밥을 먹고 수녀님께서 양로원 구경을 시켜주셨는데 세탁실을 구경시켜주시며 “우리양로원에서는 환경을 생각해 천 기저귀를 씁니다” 하신 기억이 났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그때가 언젠데 지금까지도 천기저귀를 쓰며 수녀님들은 어른 아기를 키우고 계셨다. 빨래를 개면서 느꼈는데 할머니들을 생각해서 피부에 좋은 유아용품 같은 부드러운 천을 쓰시고 독한 세제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처음에 빨래 개는 봉사를 한다고 하기에 마늘 캐기에 비하면 빨래 개기는 누워서 떡 먹기다 생각했다. 점심 먹고 오후에 갔는데 관리자께서 세탁실 옆에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에는 재봉틀이 두 대 있는 작업 방이었다. 재봉틀 봉사하는 날도 있는 것 같았다. 빨래 개는 일은 처음이라 세탁하시는 자매께서 빨래 개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는데 막상 해보면 헷갈렸다.

세탁기가 여러 대 되는지 빨래가 건조되어 나왔다. 세탁하는 자매 두 분이 따끈따끈한 빨래를 갖다 주면 단원 10명이 둘러앉아 빨래를 갰다. 기저귀, 내복, 양말, 기저귀커버, 턱받이, 손수건 등. ‘오줌 똥 싸고 다시 아기가 되어야 죽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무엇에 쓰는 건지 벙어리장갑도 아니고 주방장갑 같기도 한데 긴 끈이 달려서 신기했다. 한 자매가 “남성 정력 기저귄갑다” 해서 한바탕 웃었다.
덜 마른 것 같아 내가 손을 넣어 보았더니 세례나 자매가 “손은 뭐 하러 넣어” 해서 전 단원이 배꼽을 잡고 웃자 같이 간사람 중에 제가복지사가 있었는데 보자마자 “손 싸개네” 하는 바람에 썰렁해졌다.

정신없는 치매 할머니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뜯어서 손을 싸 침대에 묶어 놓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웃음을 그쳤다. 더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것은 기저귀커버가 어찌나 큰지 아기들 기저귀커버만 보았지 어른들 기저귀커버는 처음보아서 엉덩이 두 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기저귀커버 개는 방법을 배웠는데 좌우 접고 똘똘 말아 찍찍이를 부치면 되는데 다른 단원들은 개기 어렵다면서 기저귀커버만 나오면 “아나, 요안나 다해” 하며 던져 주었다. 그럴 때면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지 기저귀 개는 것도 긴 것과 짧은 것 두 장을 포개어 개는데 잘못개서 세탁 담당 자매가 다시 개곤 했다.
빨래가 건조되어 나오는 시간이 있어 쉬는 시간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 잡답을 하며 세레나 자매는 “나는 빨래 개는 것보다 밭에 가서 마늘 밭 매는 게 나아” 했다.

빨래 개기, 앉아서 하는 일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먼지가 나고 공기가 탁해 답답하고 온몸이 꼬이고 만만치 않았다. 빨래 개는 봉사를 하고 돌아오며 우리는 하루 가서 잠깐 봉사했지만 매일 하는 자매들은 명절에도 쉬지도 못한다고 했다. 처음 해보는 빨래개기, 자주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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