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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숲으로 갑시다!

정윤영(숲해설가·바람재들꽃 카페지기)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04일
ⓒ 김천신문
바야흐로 봄입니다. 오늘은 촉촉이 봄비까지 내렸습니다. 봄은 이름 그대로 볼 것이 많아 ‘봄’이라고 합니다. 이때에 우리는 숲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세계 최고의 자살률, 고령화 속도도 세계 1위. 노인 빈곤율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행복지수는 언제나 OECD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숲으로 가야 합니다. 숲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이며 가장 좋은 병원입니다. 숲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삽니다. 물론 그 속에도 치열한 경쟁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질서가 있어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삽니다.
‘수풀’이 줄어서 된 말인 ‘숲’은 나무나 풀은 물론이고 그들이 자라는 토양, 그 속을 흐르는 계곡물과 바람, 또 그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지난 30여 년 동안 무려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결과 일제의 식민지 수탈과 한국전쟁 전후의 혼란기를 거치며 벌거벗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숲은 거짓말처럼 다시 푸르러졌습니다. 황폐한 숲을 완벽하게 복구한 예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국토를 녹화한 독일과 대한민국만이 이 엄청난 과업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앞선 세대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우리는 지금 숲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숲을 보지 못하고 삽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산이 있고, 산이 있는 곳에는 으레 숲이 있지만 그저 무심히 지나칠 뿐입니다. 집을 짓고 길을 넓히는 일은 돈이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숲을 길러내는 일은 돈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왜 숲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그 무엇보다도 숲은 질 좋은 산소를 만듭니다. 숲속 공기는 대도시보다 최고 200배나 더 맑다고 합니다. 숲속 공기 속에는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있습니다.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고자 식물성의 살균 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습니다. 이 피톤치드는 사람이 만든 항생제와는 달리 여러 종류의 균에 대한 대항 물질을 골고루 가지고 있으며, 천연물질이기 때문에 공기를 통해 사람의 몸에 무리 없이 흡수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테르펜이란 식물체의 조직 속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을 말합니다. 편백, 화백, 잣나무, 소나무 등 바늘잎나무에 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휘발성의 향기로운 물질인 테르펜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 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효능을 지녔습니다.

우리는 숲 속에서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테르펜을 우리 몸 깊숙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숲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상쾌함을 느낍니다. 음이온 덕분입니다. 신선한 공기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음이온은 계곡이나 폭포 근처에 더 많다고 하는데 우리 몸의 피를 맑게 하여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초록의 공기를 마시며 테르펜과 같은 방향성 물질이 가득 찬 숲속을 거니는 것을 ‘그린 샤워(green shower)’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삼림욕(森林浴)이라 하지요. 삼림욕은 이렇듯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저절로 건강하게 해줍니다.

숲을 볼 수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도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입원기간이 짧다는 임상실험의 결과는 무사히 많습니다. 숲이 바로 ‘살아 있는 병원’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숲이 치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독일과 일본, 미국에서는 이미 숲 치유(forest therapy)가 오래전부터 활성화돼 있습니다. 독일은 숲 치유에 활용하는 병원 수만 300곳이 넘습니다. 숲이 울창한 독일의 바트 뵈리스호펜 시는 인구가 1만 5,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숲 치유를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일본만 해도 치유 목적의 산림 테라피 기지가 5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조금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숲의 치유 기능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경기도의 ‘산음 치유의 숲’ 등 전국의 8곳에서 치유의 숲이 운영되고 있으며 40여 곳의 국립 자연휴양림과 김천 ‘수도리 자연휴양림’ 등 지자체의 휴양림도 100여 곳이 넘게 되었습니다.

숲의 고요함, 평화로운 경관, 숲의 푸른 색채.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의 감각기관을 자극합니다. 숲의 맑고 푸른색은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주어 사람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를 풀리게 합니다. 숲의 향기는 후각을 자극하고 기분을 맑게 합니다. 내가 들여마시는 산소는 나무들이 만든 것이며, 내가 내 쉬는 이산화탄소는 나무들의 식량이 된다는 자각, 숲에서 맛보는 공기를 통해서 우리는 숲과 사람이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특히 봄의 숲에 생동하는 기운은 흙내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의 향기를 품고 있는 숲의 흙은 생명의 모태입니다. 숲에 가서 낙엽을 헤치고 그 속의 검은 흙을 한 줌 쥐고서 흙냄새를 맡아 보기 바랍니다. 그 속에 고향의 향기가 숨어 있을 겁니다. 어떤 여성 문인은 숲의 흙냄새를 맡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더군요. 혹시 맨발로 숲길을 걸어 본 적이 있나요? 울퉁불퉁한 숲길은 사람의 촉감을 깨우며,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 계곡물 소리 등 맑고 청아한 숲의 소리는 전화, 자동차, TV 소리 등 도시의 소리에 흥분되어 있는 사람에게 쾌적함과 평안함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때, 원하는 소리를 듣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소리, 숲이 만드는 소리는 기다려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만 즐길 수 있습니다.

숲으로 갑시다! 숲을 찾아나서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쉽게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도 좋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선다면 더욱 좋겠지요. 온갖 걱정과 근심으로 혼란스러운 머리를 적당히 비우고 나의 오관을 활짝 열고서 숲의 맑은 공기를 맘껏 받아들이기 위해 훌쩍 나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천 시민이 쉽게 갈 수 있는 좋은 숲 두 곳을 소개합니다. 적당히 걸을 수 있고 숲의 좋은 식생도 볼 수 있는 수도산 자락의 ‘인현왕후길’을 추천합니다. 조금 더 먼 길이라면 ‘수도녹색숲모티길’을 권합니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 이번 주말엔 당장 숲으로 갑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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