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천신문 |
김천은 자랑스러운 내 고향이다. 태어나고 자라고 꿈을 키웠던 곳이고 부모님이 평생을 터전으로 삼으셨던 곳이다. 나에게 있어 고향은 해질녘 집에 들어섰을 때 새하얀 김을 뿜어내던 따뜻한 어머니의 밥상이고 농사일에 고된 몸 이끌고 자식들 좋아하는 눈깔사탕 사러 멀리 구멍가게를 돌아오시던 아버지의 마음이다. 마음만큼은 부족함 없이 자식들을 키워내신 부모님은 이제 다 돌아가시어 가슴에 묻어둔 옛사랑 이야기만큼이나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지금 고향 들녘에는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이겨낸 오곡백과가 튼실하게 영글어 가고 있다.
결실의 보람, 수확의 기쁨과 함께 부모님과 자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어지는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시장은 추석대목으로 붐비고 귀향 환영 현수막도 여러 개 보인다.
특히 이번 추석은 임시 공휴일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열흘간의 느긋한 휴일을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명절에 대한 인식과 효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명절이라고 찾아오던 자식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고 고향집 대신 해외여행을 가느라 비행기표가 동이 났다는 보도를 보면서 씁쓸한 생각을 갖게 된다.
나이든 부모님들의 외로움은 더해가고 노인 자살률 또한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전통과 현실이 서로 엇갈려 세대 간의 갈등과 가치관의 차이로 서로 눈 흘기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핵가족 시대를 지나 이른 바 ‘혼밥’ ‘혼술’하는 1인 가구 시대에 돌입했다. 이러한 가족 사회의 변화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로 투영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가족 간 사건들을 쏟아낸다.
명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모처럼 만나 가족 간의 정을 나누기 보다는 묵혀 두었던 감정과 갈등을 참지 못해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효(孝) 문화가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효는 시대적 변화에 관계없이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이자 가족 공동체를 유지시켜 온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정신이다. 비단 부모공경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근본과 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효도란 어떤 것일까? 부모의 속내를 헤아려 걱정근심 없이 사시도록 배려하는 것이 효의 근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쁜 도시생활을 하다보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부모님의 안색을 살피면서 안부를 물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설, 추석 명절만큼은 직접 찾아뵙고 자식들의 손길이 필요한 구석구석을 살펴보도록 하자. 명절을 맞아 흩어져 있던 자녀들이 함께 모여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만큼 부모님이 흡족해 하실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부모님 또한 모처럼 고향집을 찾아 온 자식들에게 자신들이 살아 온 삶의 방식을 강요하기 보다는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와 서로 소통하면서 삶의 지혜와 전통과 가풍을 이해시킨다면 더욱 즐겁고 보람된 명절이 되지 않겠는가?
그 어느 해보다 긴 연휴, 더 큰 설렘 속에 맞이하는 이번 추석은 ‘효’라는 근본 위에 가족 간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