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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베란다엔 다육이와 몇 가지 꽃들이 있다. 나는 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반려동물만큼 소중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 나와는 달리 반려식물이라 부를 만큼 그 식물들의 보모를 자처하는 우리 집 엄마, 엄마는 모든 식물들을 사랑한다 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우리 엄마에게도 제일 아끼는 식물이 존재한다. 아끼는 식물에는 색색으로 예쁜 접시를 화분 밑에 놓아주곤 했으니 말이다. 누가 그런 차이를 모르랴. 나는 자식이라곤 두 딸 뿐인 집안의 맏딸이다. 세상에 태어날 때 먼저 “응애”하고 울었던 이유뿐인데 왜 이리 맏이란 이유로 해야 하고 참아야 하는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린 나이부터 속으로 우는 법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성인이 된 후에도 무표정이거나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성악공부를 조금 해서 상을 받았다. 처음 나가 상을 받아서였는지 난 성악가가 되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런데 그도 얼마가지 못했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그 꿈도 내 감정표현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아 성악 쪽으로 가망성이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고 나서는 성악에서도 손을 뗐다. 그렇지만 어린 맘에 혼자서 자책해보기도 하고 이런 나를 비난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특별한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처음으로 선생님을 통해 글을 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나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펜으로 나타냈다.내 표정이 드러나지 않아도 그 글 속에서 내가 보였다. 나의 희로애락과 잡념, 내면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펜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나를 오해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생각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운 후로는 나를 자책하고 괴로워하던 마음에서도 벗어났다. 글은 정말 나에게 신 같은 존재였다.지금의 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여전히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 속에서 멈추어서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나를 생각하고 하루를 정리하며 펜을 굴리고 있을 때 그때 난 살아난다. 이런 짜릿함을 글을 통해 느껴서인지 술이나 오락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훗날 지금의 내 아이에게도 인생의 고민이 생길 때 글을 쓰고 생각을 나타내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현관문에 달려있는 익숙한 전자키 소리다. 콧노래가 들리는 걸 보니 오늘도 엄마의 양 손엔 분명 식물들이 들려있으리라. 그렇지만 그런 엄마도 사랑스럽다. 식물에게라도 정 붙이며 또 하루하루를 보람된 인생으로 보내고 싶어서 일 테니까.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엄마는 엄마의 방식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이 뭐 별것이겠나. 나도 내 엄마를 비난하고 나와 동생을 차별한다 생각했지만 그냥 이해해보려 한다. 나도 그렇게 완벽한 효녀 딸은 아니니까 말이다.그저 각자 인생의 방법대로 살면 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가치관과 신념만 있으면 인생을 잘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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