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다를 것 없는 일상을 통해 편견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게 만들고 싶어 이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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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는 순간부터 삶은 전쟁터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등교 준비로 바쁘다. 요즘은 그나마 좀 여유가 있다. 직장 때문에 타 지역에서 생활하는 신랑이 주 2회 정도 집에 오기 때문이다. 9시 출근 이지만 조금 일찍 일터에 도착한다. 맡은 임무를 실수 없이 하기 위해 오늘도 파이팅 한다. 박은정(31세)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공감하며 때로는 조심스럽게 해결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박 씨와 같은 편견으로 힘든 김가나(가칭·32세)씨도 워킹맘이다. 통역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박씨 보다 더 큰 편견을 겪고 있다. 남편의 최소한의 인격을 무시한 언행, 바로 폭력 때문에 이혼을 했다. 이혼 후 사람들의 시선은 뻔 했다. 다르다는 이유로 김씨의 잘못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편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두 아이를 모두 키우다 이혼소송과 경제적 사정으로 현재는 첫째만 함께하고 둘째는 면접교섭권을 갖고 만나고 있다. 이들처럼 요즘세대는 결혼 후에도 대부분 워킹맘으로 활동한다. 돈이 필요해서 아니면 자녀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이유에서 일과 가정 둘 다 놓지 못한다. 그렇기에 많이들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 아닌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들어 댄다.
워킹맘 자체도 힘들다는데 박은정씨와 김씨처럼 많은 편견까지 겪어야 한다면 어떨까?두 사람 다 개명을 했다. 결혼생활 11년차 박씨는 2012년에 김씨는 2013년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가졌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이름에서 느끼는 이질감과 부르는 이들이 느끼는 발음의 어려움도 이유이다. 특히 두 사람은 이런 이유 보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녀를 위한 선택이었다. 남들의 시선을 생각해서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들을 포기하거나 할 만큼 나약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엄마다. 혹여 아이가 이유 없는 냉대를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이들은 이주여성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베트남 출신이다. 아마도 김천에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가장 많아서 일까?
이제는 인식이 많이 전환됐지만 어느 나라 출신이든 결혼이주여성 하면 여전히 막말로 ‘돈 때문에 시집 왔다’,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 등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시선을 보내거나 다른 가족 즉 남편이나 시부모에게 억측을 해댄다.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국제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편을 만난다. 박씨도 그랬다. 그렇다보니 신랑 얼굴은 한두번 보고 제대로된 대화 한번 없이 자신의 남은 삶을 결정했다.다행히도 박씨와 남편은 12살 차이로 나이차도 많지 않은 편에 남편 직장도 튼튼해 경제적인 걱정은 많이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대화가 가능해질 만큼 언어부분이 보충될 때까지 부부간에 벽은 참으로 무서웠다.
“제가 하는 일이 한국에 와서 적응이 어려운 저와 같은 이주여성들과 상담하는 행복도우미에요. 전 2007년 12월에 결혼했어요. 제가 힘들 당시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에요. 하지만 지금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저와 같은 행복도우미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달려가요. 다만 아직 여성긴급전화 1366이나 김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같은 지원시설의 유무를 모르는 이주여성들도 많아요.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혜택을 받아 좀 더 빨리 적응하고 행복해 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책임감과 행복을 느끼며 열심히 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결혼이주여성들의 어려움을 접하고 있죠. 일을 하면서 이혼하거나 사별하는 경우도 꽤나 봤죠.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을 위해 결혼했고 남편과 자녀에게 사랑이 없다는 이야기는 일부에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엄마의 자녀 사랑에 태어난 나라가 다르다고 차이를 논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특히 박씨는 친정에 돈을 보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많은 이주여성들이 ‘황당하다’, ‘어이없다’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부모 생일,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용돈을 보낸다. 그건 아무렇지 않고 당연한 일이면서 왜 이주여성들이 부모에게 하는 당연한 감사의 마음은 왜곡해서 바라보냐는 것. 두 워킹맘에게 이야기를 듣다보니 같은 것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참으로 문제였다.
김씨는 통번역 일을 한다. 그렇다 보니 이혼 관련해 법원을 자주 간다. “이주여성보다 법원에서 보면 한국인끼리 결혼한 가정들이 더 많이 이혼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이주여성의 이혼은 생각보다 소수의 일임에도 늘 크게 부풀려 이야기 되곤 해요.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요. 경제적 어려움은 참을 수 있었지만 폭력을 참으면서까지 가정을 지킬 수 없었던 저의 결정처럼 힘겹게 결정한 이주여성들에게 제대로 이유도 모르면서 가해자로 몰아가는 잘못된 인식들이 정말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아무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이 어렵게 또 열심히 지켜가는 한 가정을 파탄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편견을 빼면 하나 다를 것 없는 요즘시대 워킹맘이에요.”
박씨의 하나뿐인 아들은 요즘 박은정이란 이름과 함께 ‘쩐티느아’란 엄마의 개명 전 이름 중 성을 빼고 ‘느아’라고 불러준다. 엄마는 그런 아들의 마음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다. 자신의 아들처럼 자연스럽게 결혼이주여성을 이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미래에 대한 질문에 박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네일아트·미용관련 숍을, 또 다른 엄마도 자식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더 큰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다. 대부분의 엄마라는 공통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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