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6-17 10:29:2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종합

삶의 향기- 친구야, 니만 알아라.

배영희
(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권숙월 기자 / siinsw@hanmail.net입력 : 2018년 09월 19일
ⓒ 김천신문
친구야, 나는 비상약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가끔 아플 때, 삶이 힘들어질 때, 무기력증에 빠질 때 비상약을 급히 꺼낸다.
그것은 물도 필요 없고 약봉지도 필요 없고 24시간 내 몸에 붙어있으니 찾기도 쉽다.
약을 먹기까지가 중요하지 먹고 나면 한 5분만 지나도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눈가에 근육이 풀리며 입 꼬리가 올라가고 크게 심호흡을 하게 된다.
때론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심지어 새소리도 즐겁게 잘 들린다.
‘어찌 그럴 수 있겠냐!’고 이가 부득부득 갈리다가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라며 성인군자가 되지.

세상이 다 이해된다. 진짜 신비로운 마약이다. 사실 별로 비싸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판매는 되고 있다. 담배나 술처럼 미성년자가 살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꼭 약국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도 아니다.
참 다행스럽게 지위와도 관계없고 성별과도 관계가 없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동등하게 판매가 되니 고맙기 그지없다.

특히 신부님이나 목사님이 이 약을 많이 드시는 걸 보았다. 어쩜 입에 달고 다녀서 중독자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동안은 이 비밀을 몰랐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아는 사람 몇몇이 자기들끼리 쉬쉬하며 사용했던 것 같다. 나이가 오십이 넘고 오만가지 약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다 보니 겨우겨우 알게 되었다.

침 잘 놓는 사람도 만나봤고 한약도 지어먹어봤고 X-레이도 찍어 봤고 안 해본 게 없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것처럼 겉은 멀쩡한데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몸은 안 아픈 곳이 없는데 검사결과는 매일 신경성이라니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흔히들 신경 끄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꺼지냐. 생각할수록 가슴속에 나사못 돌리듯 헤집고 들어와 때론 잠을 설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아무도 안 듣는데서 욕이라도 실컷 했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잖아. 사실 그동안은 나만 억울한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안 힘든 사람도 없더구만. 천석군은 천 가지 걱정, 만석군은 만 가지 걱정이라더니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겉은 웃고 속은 다 상했더라구.
물론 돈 없는 사람은 돈만 있으면 해결되고 아픈 사람은 안 아프면 살 것 같은 게 이 지구 사람 전부 소원이지 아닐까 싶다만.

소원, 그래 내게도 소원은 있지. 그러나 이 약을 발견하고 나서는 그 소원조차도 내려놓게 되더라.
그게 뭐 솔직히 말하면 욕심일수도 있으니까. 이 비밀을 누설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아님 짭짤하게 오만 원 권 한 장이라도 받고 말해줘야 되는 건 아닐까?
그래, 그래도 뭐 오랜 친구라지만 니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이참에 그냥 말해줄게.

친구야, 잘 들어라. 그건 두 글자로 되어있다.
첫 글자는 ‘ㄱ’으로 시작하고 두 번째 글자는 ‘ㅅ’으로 되었는데 귀 살짝 대 봐라.
○○, 들리나 들려?
뭐, 그리 눈을 동그랗게 뜨노.
그래 ‘감사.’다 놀랬구나!
니 그거 알았나?

있잖아, 진짜로 명약이더라. 니도 한 번 써봐라.
너무너무 힘들 때 이 약을 꺼내봐라.
‘감사’ 이렇게 니 머리에 넣어 버리는 거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힘이 난다.

그리고 누가 미울 때 있잖아. 그때도 효과 좋데이. 그만 그 사람이 안 미운거라.
감사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 덕분에 배운 게 너무 많은걸 느끼게 되더라.
아! 그래, 그렇지 세상엔 다 똑같은 사람만 사는 게 아니구나. 뭐 그런 걸 배운다니깐.

친구야! 우리도 이제 하나둘씩 자꾸 나이 먹어지잖아.
몸은 어둔해지지. 얼굴에 주름은 생기지. 노안은 오지, 뭐 자꾸 서글퍼지잖아. 니는 안 그렇나?
마음엔 아이가 있는데 겉은 어른인척 해야 되니까.
그러니깐 어쩜 매일 이 약을 먹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더라.

감사, 감사, 감사 이렇게 주문을 외는 거라. 그러면 찡그렸던 얼굴이 펴진다.
자식이 있어서 감사, 부모가 살아계셔서 감사, 일 할 수 있어 감사, 내 몸 하나 누일 곳 있어 감사, 걸어 다닐 수 있어 감사.
감사 안한 게 하나도 없는 거지 뭐.
그러니깐 내 맘 알겠제.
나는 이 약을 수시로 먹는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하나 먹었다.
좀 아쉬운 건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은 더 좋았을 걸 싶은 게지.
그러니까 니도 어서 먹어봐라
요즘 힘들어 보이더라.
니 속을 누가 알겠노.
그래, 다음에 커피나 한잔 하자.
이만 줄인다.
권숙월 기자 / siinsw@hanmail.net입력 : 2018년 09월 19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천시, 김밥축제 캐릭터 ‘꼬달이’ 기념품 공모전 개최..
백신산업의 중심 경북,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 착공..
송언석 국회의원, 원내대표 출마선언문..
김천시, 농업기계 무단 방치... 이제는 불법입니다..
지례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NEW 보금자리” 집수리 봉사..
김천시 대곡동 자연보호협의회..
송언석 의원, 백원국 국토부 2차관 만나 김천 ~ 문경철도 김천 도심지 우회 신설노선 반영 건의..
김천대학교, ‘2025년 경상북도 청년(예비)창업가 육성사업’ 발대식 개최..
‘경북 새정부 국정과제 기획추진단’ 본격 활동..
수필공원 - 수양꽃복숭아..
기획기사
김천시는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시민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고,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 도서.. 
김천시에서는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시민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고 생활 속 환경 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환경 문화 독서 진흥프로그램..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2,461
오늘 방문자 수 : 22,214
총 방문자 수 : 99,87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