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천신문 |
봄은 땅에서부터 오고 가을은 하늘로부터 시작된다.땅이 기지개를 펴면서 함께 우는 개구리 소리와 인고의 맹동을 견디고 땅바닥을 뚫고 내미는 새싹들은 방긋 웃는다. 따스한 봄빛은 산으로 들로 비춰서 새잎을 돋게 하고 농업인들에게는 씨뿌림을 재촉한다.
연이어 짙어가는 봄빛에 세상은 신록으로 풍성한 계절을 이룬다.7, 8월 장마가 지나가면 하늘의 하얀 구름은 더 하얗고 파란 하늘은 더 파랗고 그야말로 천고마비의 계절로서 이제 하늘에서 산으로 가을을 재촉한다.단풍하면 설악산으로부터 남부지대는 내장산으로 점차 삼라만상은 울긋불긋 홍엽으로 물들이며 밤송이는 누런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때를 같이하여 들에는 참깨를 떨고 고구마 땅콩을 캐는 가을걷이가 시작되는가 하면 심은 배추는 알이 차고 가뭄에 겨우 심은 무는 매 포기마다 샘을 내며 몸매를 뽐내며 나날이 살찌우고 있다.가을의 들녘에 거닐면 저절로 배가 부른 기분이고 가을의 이미지와 향기는 말(馬)뿐 아니라 사람도 살찌게 한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뜻을 알 것 같다.들로 내려온 가을은 밭에서 논으로 달리고 있다. 추위가 오기 전에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하여 그 지긋지긋했든 유례없던 폭염과 가리 늦게 내린 폭우에도 견뎌낸 벼이삭은 숙연한 자태로 점점 누른빛으로 황금들을 이루고 있다.
필자는 평생을 농학을 전공했고 공직에서는 농촌을 위하여 도전과, 열정, 희생정신으로 쌀 자급을 위하여 재배지도에 헌신한 결과 1974년도에 비로소 쌀 4,000만석 돌파로 주곡자급의 주역(主役)이 되기도 했다.이렇게 황금빛으로 덮은 들녘은 더욱더 의미 깊고 보람 있는 가을 이미지로 음미한다.또한 가을 농촌 풍경은 시선을 주는 곳마다 자연이 보내주는 아름다운 수확의 계절로 마음까지 넉넉하여 진다.
누런 호박이 뒹구는 지붕 위에는 고추와 대추가 널려있고 감나무에는 얼굴을 붉힌 수줍은 홍시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알알이 익어가는 농촌 들녘에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핀 오솔길은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풍요로움 속에 시골길은 걷고 또 걷고 싶어 하는 길이다. 또 단풍가도는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다.가을을 다시 풍자하면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외에 공짜가 많다. 산천에서 비바람에 견디면서 아름다움으로 인간의 정서를 풍성하게 하는 단풍은 제쳐놓고라도 어찌 생각하면 인간은 자연 속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공짜로 얻기도 한다.산천에 있는 나무, 풀, 돌, 바위들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 같고 이름 있는 풀은 약초이고 이름 없는 풀은 잡초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기, 바람, 숲속의 청량한 산소 외에 무한한 자연의 혜택을 우리는 공짜로 누리고 산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가을은 들에서 거둔 벼 포대와 밭에서 거둔 과일과 고구마, 땅콩, 깨 등은 앞을 다투어 집으로 옮겨 집 마당에 쌓여가고 있다.
이제 마당까지 온 가을은 추수한 곡식을 나름대로 예조(豫措)하여 갈무리를 하고 늦게야 뽑아온 무, 배추만이 처리를 기다리며 마당을 지키고 있다.무, 배추는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모여 다듬고 씻어서 저리고 양념을 하여 김치를 담아서 각자가 챙겨 가기에 바쁘면서 모처럼의 모임에 풍성한 식사로 잔치를 치르고 돌아가야 가을마당이 끝나는 것이다.
김장이 끝나면 따뜻하고 쌀쌀했던 가을은 서서히 저 멀리 물러가고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는 것 같은데 역시 가을은 하늘에서 산으로 들로 집 마당까지 와서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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