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들여 가꾼 아로니아 농원을 갈아엎고 한숨 쉬는 농가가 늘고 있다. 아로니아 붐을 타고 재배 농가가 급격히 늘자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가 고통이 가중됐고 판로마저 막혔다.
시 관내 농가는 대부분 소규모이고 판로를 구축하지 못한 신생농가다. 판로를 구축한 기존 농가는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신생농가는 농원에서 아로니아가 익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부의 폐원 지시가 내려왔다. 경북도에서도 공문을 보내 폐원할 농가가 있는지 수요조사를 요청했다. 김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관내 31개 농가(6ha)를 대상으로 읍면동별 폐원 신청을 받았다.
폐원 시 도비지원사업으로 ha당 600만원이 지원됐다. 아로니아 농원 조성에 투입된 비용은 고사하고 묘목비, 관리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2년 남짓한 시간과 노력, 금전적인 손해는 고스란히 농가 몫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무려 18개 농가에서 폐원을 신청했다. 전체 농가의 반이 넘는 수치다. 4.2ha의 농지를 갈아엎고 1.8ha만 남았다. 남은 13개 농가 역시 전망이 어두워 폐원 농가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폐원 농가가 줄을 잇는 주원인은 막힌 판로이다. 한 농가에서는 “아로니아 판매 방법은 생과로 팔거나 말린 다음 분말로 판다. 일부에서는 즙을 내거나 효소 또는 술을 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주로 파는 것은 생과와 분말이다. 문제는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팔렸다. 비싸도 몸에 좋으니까 너도 나도 사 먹었다. 이제는 가격을 내려도 안 산다. 알음알음으로 팔고 있는데 외면 받으니까 팔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들어온 아로니아 판매 요청은 없었다. 농가 수가 적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자두나 포도처럼 작목반이 구성돼 있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