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가 지원하고 백수문화제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5회 백수문학상 수상자로 박현덕(51세) 시인이 선정됐다. 신인상 수상자로는 구애영(71세) 시인이 선정됐다.
그 오촉 전구 같은, 눈 내린다 산지 절집
대웅전 추녀의 끝 금탁도 흐물흐물
길 잃은 바람을 불러 목울대를 세운다
골짜기로 흩어진 천 개의 바람소리
꾀죄죄한 불상들 몸뚱이 피가 돌게
적막 깬 소리 사이를 흰 새가 날고 있다
박현덕 시인의 수상작인 ‘저녁이 오는 시간 1-겨울 운주사’ 전문이다.
백수문학상은 백수 정완영 선생의 시조에 담긴 문학정신을 기리고 세계화 시대에 맞는 현대시조의 역량 있는 우수 시인을 선정해 그 예술정신을 격려하고 널리 선양하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이다.
이번 문학상은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발표된 시조시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정용국, 박성민, 정희경 시인의 예심 선고에 따라 백수문학상 후보자 9명, 신인상 12명이 추천됐다. 본심은 이근배, 김제현, 이승은 시인이 심사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박현덕 시인이 본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패와 부상으로 2천만원의 상금을 받으며 구애영 시인이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패와 부상으로 5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본상수상작에 대해 이승은 심사위원은 “단순한 형태 속에서 미묘하고도 단단하게 굳어진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상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속 깊은 사유의 세계를 열고 있으며 왜곡되기 쉬운 삶의 편린들을 시종일관 에너지를 잃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진술하고 있다. 또 낯선 묘사를 건진 시적직관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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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덕 시인 |
ⓒ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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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덕 시인은 “백수탄신100주년의 해, 이 특별한 때의 수상이라니. 천운이라는 생각에 이어 부끄러움이 앞섰다”며 “시조의 길은 행복한 만큼 힘든 여정이다. 일상 속에서 순간의 찰나를 포착해 단아한 그릇에 담아냄과 동시에 그 경계를 넘어설 때 시적 성취로 연결된다. 앞으로도 철저히 고뇌하고 번민하면서 단순 서정에서 탈피, 존재론적 인식을 담아내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현덕 시인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광주대 문창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시조문학>을 통해 천료,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부문 당선,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됐다.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 작품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등이 있다. 역류, 율격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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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애영 시인 |
ⓒ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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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를 읽다’로 신인상을 수상한 구애영 시인은 “추사 선생의 ‘불이선란도’에 대한 저의 시조는 4년 동안 난을 치면서 얻은 결과”라며 “아무도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을 때, 시는 제게 유일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무기력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다가 어제와 오늘, 내일의 꽃잎과 향기를 사유하게 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애영 시인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됐다. 김상옥백자예술상 신인상 수상의 경력이 있으며 시조집 ‘모서리 이미지’, ‘호루라기 둥근 소리’ 등을 펴냈다.
한편 시상식은 31일 오후 5시 백수문화제와 함께 김천 직지사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