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6-28 23:16: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종합

삶의 향기-똑같은 날 하나도 없다

배영희(수필가·효동 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02일
ⓒ 김천신문
15세 이상의 일반 시체 1구당 5만원, 15세 미만의 일반 시체 1구당 4만원 김천시민에 한해 화장장을 사용하는 금액이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았건만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화장장을 다녀오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안 그래도 코로나 19로 서로가 서로를 경계해야 하고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건만 눈물, 콧물, 마스크가 마를 새도 없이 흠뻑 젖는 요즘이었다.
한 분은 70대 초반에 병원 생활을 하시다가셨으니 그래도 좀 덜 안타까운데 친구 남편은 아직 60대 초반이고 금방 한 시간 전에 통화했다는데 죽음으로 만났으니 가슴이 먹먹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이지 목숨이라는 게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살아도 산목숨이 아닌 것 같고 남의 일 같지 않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장례식장을 나왔다.
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남편과 찍은 다정한 사진이 올려져있고 ‘120살까지 같이 살자 해놓고’라고 적혀있다. 알콩달콩, 아웅다웅 여느 부부와 같이 등 기대고 살다가 아침 잘 먹고 출근했는데 ‘잘 가라, 잘 있으라’ 말도 없이 영영 이별을 하고 말았으니.
어제는 귀엽고 사랑스런 일곱 살 어린이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한 공주였는데 열 경기로 순간 손쓸 새도 없이 7년의 짧은 인생을 그렇게 부모 가슴에 묻고 홀연히 떠나 버린 것이다. 참 많이 울었다.
안타까워서 울고, 허무해서 울고, 슬퍼서 울고.
여고 시절이었다. 양 갈래 머리 묶고 하얀 교복 깃을 빳빳이 다려 입은 나는 천으로 된 학교 가방을 들고 가끔 화장터에 가곤 했었다. 사는 게 무엇인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등 인생에 대한 고뇌를 깊이 했던 것 같다.
멀리 언덕 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면 하얀 상주복을 입고 짚신을 신은 가족들의 행렬이 보이고 상여가 들어가고 잠시 후 굴뚝으로 하얀 연기가 나오는 걸 바라보았고 차례를 기다렸다 한 줌의 유골함을 들고 다시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곤 했었지.
산다는 게 뭘까, 잠시 왔다 가는, 기껏해야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건만 내일 죽는 줄도 모르고 다들 천년만년 사는 줄 아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누구든지 답은 알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마음을 비우면 되는 것이라고 주어진 매 순간에 감사하면 되는 것이고 작은 것에 만족하면 그것이 행복이라고들 하지.
맞다! 그러면 되는데 왜 우린 그 단순함이 그렇게도 힘이 들까.
작은 일에 목숨 걸고, 별것 아닌 것에 붉으락푸르락 화를 내고, 조금이라도 손해 본다 싶으면 뼈가 아프고, 때론 자존심 상해 팍 죽고 싶고, 답답해 미치겠고, 속 터져 죽겠고, 남이 잘 되면 배 아프고, 내 맘에 드는 건 단 하나도 없고 하하! 바글바글 냄비 끓듯 속 끓이며 일평생을 사는 건 아닐까. 매일이 새 날이고 매일이 사라지는 오늘! 단 하루뿐인 오늘인데 말이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어떤 이가 말했다. 그렇다! 내일 또 내일 하며 이를 악물고 견뎌봤자 그 내일이 되면 또 다른 고민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더라.
그러니 오늘, 또 오늘에 감사하며 나만의 날로 만들자
남의 흉 볼 필요도 없고, 남 의식하느라 움츠릴 필요도 없고 내가 나에게 용기 주며 발걸음 가볍게 그렇게 살자. 누가 내 인생 대신 살아줄 이 없고 누가 나대신 아파해주거나 죽어 줄 이 하나도 없으니 당당하게 즐겁게 나에게 선물 같은 오늘로 살자.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먼저 걱정하거나 그렇다고 너무 기대도 하지 말고 이 순간에 많이 웃고 많이 춤추며 그렇게 살자.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골머리 아프게 잠 못 이룰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최대한 단순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온실 속에서만 살자는 건 아니다.
로키산맥 ‘무릎 꿇은 나무’를 아는가? 해발 3500m 수목 한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마치 무릎 꿇은 것처럼 움츠린 모습의 나무인데 그 어떤 바이올린 보다 공명 깊은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그 거친 환경을 극복하고 매서운 바람과 온갖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아름다운 영혼의 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는가.
똑같은 날은 하나도 없다. 어제 죽은 이들에게 명복을 빈다. 모두가 다 스치고 지나간다.
후회 없이 살자. 우리의 삶도 잠시 잠깐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02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천시인사..
김천소방서 김유빈 소방장, 100km 울트라 마라톤 완주로 ‘포기하지 않는 소방관 정신’ 실천..
철도중심도로 도약! 중부내륙철도 개설 순항..
배낙호 김천시장, 2025년 하반기 첫 승진의결 단행..
‘이승원 시즌 첫 골!’ 김천상무, FC안양 꺾고 홈 2연승 질주!..
배낙호 시장, 대신동 찾아 ‘소통과 공감’ 간담회 열어..
김천대학교 중장기 발전계획 ‘VISION 2030’ 선포식 개최..
국토부‘강소형 스마트도시 조성 사업’에 김천시 선정..
김천녹색미래과학관 이용객 “130만 명 돌파” 상상의 나래를 현실로, 과학의 미래를 연다..
영화·음식·놀이로 채운 하루..
기획기사
김천시가 운영하는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이 2014년 개관 이래, 11년 만에 누적 이용객 130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역 대표 과학문화 기관.. 
김천시는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시민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고,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 도서..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63,820
오늘 방문자 수 : 37,070
총 방문자 수 : 100,474,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