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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1만 원권은 얼마나 힘이 있을까. 지난 해 조카 결혼식 때 친척들 축의금을 받아 혼주에게 전해주다가 집안 누님께 전해 드려야 할 1만 원 답례금을 빠트린 적이 있다. 얼마 후에야 답례금이 담긴 봉투는 능청스럽게도 그날 입은 내 상의 호주머니에서 튀어나왔다. 뒤늦게 잘 수습을 했지만, 인척들에게 미안하고 난처함이란. 답례금을 전해 받지 못한 누님은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다시 돌이켜 보기 싫은 실수였다.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리처드 칼슨(Richard Carlson)은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말라 했다.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마치 위급하고 대단한 문제가 일어난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의 화합이나 불화는, 차분히 생각해 보면 대단치 않은 것에서 발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에는 사소하면서도 성가신 일이 많다, 사소한 일에 전전긍긍하느라 시간과 삶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인생의 여유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방법을 깨닫는다면 그에 따르는 보상은 엄청나다고 칼슨은 말한다(『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그 방법을 깨달아 실행하기가 그리 쉬운가. 김천에는 결혼식 때 축의금만 전하고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답례로 1만 원을 되돌려주는 풍습이 있다. 이 미풍(美風)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근 지방에도 있었다. 이젠 문경, 상주, 구미 지방에도 이런 양속(良俗)이 보이지 않는다. 안 줘도 그만인 1만 원을 김천 사람들은 왜 서로 나누며 살까. 어떨 때는 결혼식 식당의 밥을 먹고 오기보다 답례금만을 받아 오는 것이 더 실속 있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김천에는 아직도 이런 미풍이 있다. 한국의 금융위원회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1만 원 이하 소액도 보이스피싱 같은 통신사기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게 된다. 소액계좌도 통신사기 피해 구제를 신청하면 피해 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보이스피싱 전화번호 이용중지도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신청하면 채권소멸 절차를 개시할 수도 있는데 개시 기준 액이 1만 원이다. 서민들에게서 1만 원은 무시할 금액이 아니다. 도시 인구가 3배 정도 많은 인근 도시에 비해 볼 때 김천의 음식값, 술값이 엄청 싸다는 것을 체감한다. 농산품 가격에서는 격차가 더 하고 그 신선도 또한 차이가 크다. 결혼식장에 찾아와서 식사를 못 하고 떠나는 손님 또는 결혼식장행 버스까지 찾아와 예의를 차리는 사람에게 깍듯한 인사장과 함께 1만원권 한 장을 담아 전하는 고장이 김천이다. 이 일만 원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며 인정의 징표요 공동체 사랑의 사인(Sign)이다. 1만원의 힘은 막강하다. 그 파워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 공동체 번영의 남다른 에너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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