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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그릇-부드러운 새순의 성장 효과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9일
↑↑ 우동식 (청소년문학평론가·형남중교장)
ⓒ 김천신문
작년 가을 학교 앞 화단에 있는 매화와 살구나무의 가지치기를 했다. 너무 과도하게 자른 게 아닌가 염려했는데, 지난봄에 새로운 가지를 내며 보들보들하고 윤기 어린 새순을 선보였다. 안도의 기쁨을 지닌 채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책을 읽었다. 나무 의사인 저자는 “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항상 나무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듯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은덕은 인문적인 동시에 생태학적인 것이다. 곧 나무는 자신을 관찰하는 이에게 철학적 예지와 생태학적 교양을 선사해 준다.

저자의 글 중에서 필자의 관심을 끄는 소제목은 나무의 뿌리골무가 큰 바위를 뚫는 이치를 제시한‘결국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이었다. 뿌리골무는 나무의 어떤 조직보다 연약하지만 거기서 분비되는 부드럽고 끈끈한 점액질이 큰 바위를 가르는 힘을 지녔기에 나무들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또한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선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인 것처럼, 설령 아무리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하더라도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오히려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부드럽게 우회할 줄 아는 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이치는 정민 교수의 ‘성대중의 처세어록’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영·정조 시대 문인 성대중의 문집 가운데서 처세에 관련된 내용을 간추린 저서이다.‘경박한 세상을 나무라는 매운 가르침’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생나무와 마른 나무’라는 글이 있다.

마른 나무는 딱딱하나 쉽게 부러진다. 생나무는 부드럽지만 부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허세만 부리다가 제풀에 무너지는 것이 마른 나무의 굳셈이고, 만만해 보여도 허튼 구석이 없는 것이 생나무의 성질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저자는 중국의 옛 인물 두 사람의 예를 들고 있다. 곤은 요임금 때 사람인데 고집불통에다 성질이 사나워 제멋대로 굴었다. 그는 오만하여 요임금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순임금이 그를 우산(羽山)에 귀양 보내 비참한 최후를 마치게 했다. 반면 북위 사람 고윤(高允)은 어려서부터 여러 학문에 두루 통했다. 문성제는 그를 몹시 신망하여 감히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는 다섯 임금을 두루 섬겼고, 50년 넘게 벼슬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늘 바르게 처신하며 제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저자 정민 교수는 묻고 있다. “어떤 굳셈이라야 하겠는가. 곤인가, 윤인가?” 라고. 대답은 분명하다. 왕양명의 견습록에도 ‘인생의 가장 큰 병폐는 오직 거만할 오(傲)라는 한 글자에 있다’라고 하지 않은가.

문득 ‘김태길의 ‘독선과 겸손’이라는 수필이 생각난다. 이 글에서 저자는 ‘민주주의자는 독단과 독선을 버리고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 수필의 끝맺음이 이 시대의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자라는 나무의 순은 물기가 있고 부드럽다. 일단 굳어 버린 등걸은 자라기 어렵다. 인간도 개인의 경우에 있어서 유연성을 잃지 말아야 성장이 빠르다.”

이제 한여름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정의 두 그루의 나무는 무성한 잎을 가득 품은 가지들을 창공을 향해 세차게 뻗치고 있다. 역시 부드러운 새순의 성장 효과인가 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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