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긋다, 금을 그어 쓴 것’이란 데에서 생겨난 말이다. 그림이 선과 색채로 그린 시라면 시는 글로써 그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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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박화남(사진) 시조시인의 첫 시조집 『황제펭귄』 (책만드는 집, 2020, 8, 25)이 나왔다. 이 시조집에는 현대시조 예순아홉 편이 묶여 있다. 자유시에서 시조로 전향한 시인의 작품답게 형식이 자유분방하며 파격적인 시조들이다. 시조 형식의 현대화를 알아보기에 알맞은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황제펭귄』에는 시적화자의 다채로운 사물에 대한 풍경과 인간상의 면면들이 함축적으로 그려져 있다. 특히 친족과 생활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애정이 깃든 시편들이 눈에 뜨인다. 그 친족은 아버지를 비롯해 할머니, 어머니, 고모, 큰오빠, 할아버지 등이다.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남자들도 곧잘 시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인물들은 대개 과묵하고 헌신적이며 포용적이다.
그 중에서도 시적 주인공으로 아버지가 가장 빈번히 등장한다. 그것은 시적화자가 물새, 우체부 가방, 초승달, 몽당빗자루, 펭귄, 옆집, 신발 같은 사물에서 아버지의 이미지나 연관된 의미를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가정의 중심인 아버지는 과묵하고 헌신적이다. 그 부성(父性)은 헌신적, 희생적이다. 작품의 소재 상으로 보아 이 시조집의 10%정도가 아버지와 연관된 작품들이다.
시조집 『황제펭귄』은 규격이 옹중하여 손에 쏙 들어온다. 저자의 과묵한 성격처럼 서문도 생략돼 있어 부담 없이 읽힌다.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도서이다. 독자는 시조집에서 결코 무시해서는 아니 될 가부장제 가정의 아버지상을 다시금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뒤집어/벼린 밤을/다시 한번 뒤집어서//금은화 비린 울음/한 줌 깊이/베어내고//굽은 생/펴지 못한 채/ 조선낫이 된/아버지//-「초승달」
민경탁 논설위원
※ 박화남 시조시인은 김천에서 태어나 계명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매일한글백일장 시부문 대상(2003),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2015), 한국동서문학상 작품상(2020)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김천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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