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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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창(시조시인 1927~1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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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꼬불꼬불 가파로운 양장(羊腸)길을 허덕허덕 기어오르는 차에 몸을 맡기면 소심한 가슴 가슴들이 사뭇 울렁거리오 흰구름 피어나는 불영산 이 골짜기 그윽한 경내에는 바람도 잔잔해라 하늘이 잠긴 맑은 물에 발을 씻어 노닐까 일찍이 이름 좋은 여기 청암사인데 백석정 흰바위 창암이 왜 아닌가 바위에 걸터앉아서 속계 생각해보오
이윽고 들려오는 산새의 노래소리 스님은 구름을 보며 풍경소리 울리고 더불어 아아 청암에 길이 살으리랏다 ■ 김천 구성 태생의 배 시조시인은 아쉽게도 단명했다. 그의 작품들은 겨레의 염원과 정서를 노래한 것, 생활의 애환과 꿈을 그린 것, 자연의 의미를 설파한 것으로 대변해 볼수 있다. ‘청암사에서’는 사찰 자체보다 그 주변 자연에 대한 친화사상이 담겨있다.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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