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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수필 무흘구곡, 청암사 기행-가서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람 있어(상)

이영신(대구 ·청암사 탐방객)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17일

무흘구곡, 청암사 기행-가서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람 있어
                                     (상)

오전 9시 산격동에서 버그만이 별명인 그녀와 만났다. 약속만하면 비가 오는데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할 시간은 11시 30분이니 시간은 넉넉하다. 오늘 답사여행의 목적지는 조선 중기의 예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 선생의 무흘구곡과 청암사이다.

대구의 구암서원 유교아카데미에서 구곡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옛 선비들의 정신과 삶과 도학문화가 서려 있는 곳이 구곡문화라고. 우리 선비들은 산속 계곡이나 하천에 삶의 터전과 도학 강론의 장소를 설치하고, 시를 지어 남기고 구곡도를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곡문화는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더 발달 되어 전국에 150여 군데, 대구 경북에 50개 정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사람을 실은 승용차는 부슬부슬 오는 빗속을 헤치고 대가천 계곡을 따라 청암사를 향해 달린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미니버스가 스쳐지나 가자 버그만은 “어머나, 귀여워”하며 외친다. 굽이굽이 산천을 휘돌아 흐르는 물은 연이어 비가 내린 탓에 가는 곳 마다 청년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하늘과 맞닿은 운무는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을 그린다. 운전을 하는 그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겹친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함께 여행을 하리란 걸 어찌 알았으랴. 버그만과 나 사이엔 시나브로 너나들이 하며 추억이 점점 쌓이고 있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가량 일찍 사인암(舍人巖)에 도착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마음에 무언가 쿵 내려앉는 것 같다. 한강 선생이 쓴 시구가 눈에 들어온다. “… 못가의 솔과 대나무는 저절로 숲을 이루었네/복건 쓴 사람은 마루 위에 높이 앉아/인심과 더불어 도심을 강론해 말하네/”

나는 버그만을 따라 계곡을 내려간다. 맑은 물에 발을 담궈 보고 싶다. 콸콸콸 흐르는 물소리. 커다란 바위들이 곳곳에 있어 맑은 물은 그들을 친구삼아 자연스럽게 감아 돌아 흐른다. 양말을 벗고 그 물에 발을 담궈 본다. 이 맑은 물의 깊이는 얼마일까.
ⓒ 김천신문

냇가의 솔과 대나무는 저절로 숲을 이루었다. 어찌 저절로 이 푸른 숲이 되었을까? 비바람 모진 풍파를 겪어 얻은 결과 솔과 대나무는 이웃이 되어 숲을 이루었을 것이다.

약속시간에 맞춰 청암사 일주문 앞에 도착했다. 빛솔 선생님은 김천 손님 두 분과 함께 오셨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천왕문을 지나 들어가니 세진암이 나타난다. 속세의 티끌을 씻어내는 바위란다. “바위는 영원히 이곳에 버티고 있을 것이니, 대구에서 묻은 먼지 찌꺼기 다 씻어 내세요” 하시는 빛솔 선생님의 말씀이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오늘 하루 청암사, 이곳에 있는 만큼 또 다른 나를 찾아 보자고 맘 먹는다.

호젓한 주변의 경관 덕분인지, 비구니 절이라서 그런지 청암사는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대웅전에서 법회를 열고 있다. 법당 앞마당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으니 청암사 학승대학원장의 설법이 잘 들려 온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사찰 건축미에 자꾸만 시선이 그리로 간다. 마루에 앉아 설법을 듣고 계시는 보살님들의 모습이 왜 그리도 정겹고 편안해 보이는지. 나의 시선은 그곳에도 머문다.

설법의 화두는 더운 여름날에는 개처럼 엎드려 지내라는 것이다. “현대인은 에어컨이라는 가전제품에 의존하며 살아가기에 더위에 나약하다. 오히려 냉방시설이 너무 강해 긴 옷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 절에는 오늘 처음으로 삼베옷을 꺼내 입었다” 고 말씀하신다. 여름에는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피서란 것도 알게 된다. 화가 날 때는 화에 대해 반응하지 말고, 본연의 자신에게로 돌아가 화를 잘 보살피라는 것도.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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