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왕후, 청정 청암사에서 차를 마시다
인현왕후 궁중다례 의식 재현, 최 송설당 시 창작대회 열어
민경탁 시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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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쾌청한 시월의 마지막 날 인현왕후가 청암사 극락전에 나타나 차를 마셨다. 신하와 궁녀의 극진한 예절에 맞춰 숙종 임금과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이 청암사에서 재현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커피를 즐겨 마시듯 옛날 삼국시대 이래 나라의 의례와 행사 때에 차(茶)를 자주 마셨다.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예를 갖추어 정중히 마셨다. 의전 절차와 음악에 맞추어 차 마시는 행위를 의식화한 것이다. 이를 궁중다례라 했다. 조정의 행사나 임금의 군대나 스승을 뽑을 때, 군사 훈련 및 심신을 수양할 때, 고려시대에는 대표적인 국가행사 때도 다례의식을 정중히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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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茶禮)란 차(茶)를, 예를 갖추어 올리는 예법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용어가 570여 회 정도 나온다고 전한다. 궁중에서 나라 안팎의 손님을 맞을 때에 왕과 신하가 절차에 따라 차를 마셨다. 외국의 사신을 접할 때는 물론 왕비, 왕자의 책봉과 태자의 생일 축하연 등에서도 차를 들고 예의를 갖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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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의 인현왕후는 폐위돼 불영사 청암사 등에 숨어 있다가 1694년(숙종 20) 4월에 복위, 궁중에서 논란이 있어 서궁에 머무르다 6월 1일에 완전히 복위되었다. 폐위 된지 꼭 5년만이다. 역사에서는 이를 갑술환국이라 이른다. 그 때 인현왕후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왕후의 복위를 경하하여 궁중에서 다례식을 거행했다고 역사는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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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청암사에서 그날의 다례의식을 재현한 것이다. 청암사 스님들과 신도, 여흥민씨 종친, 관람객 등이 모인 가운데 코로나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극락전 앞마당에서 궁중아악 ‘영산회상’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의례는 정중히 진행됐다. 오전에 인현왕후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후 이어 점심 공양이 있었다. 오후 1시부터 궁중다례 의식은 이렇게 조촐히 진행됐다. 아악과 함께 왕과 왕후가 입장하면 사배를 올린다. 꽃을 드린 다음 차를 올린다. 왕과 왕비께 발을 세 번 구르고(삼무도) 만세를 세 번 외친다(삼산호). 다시 왕과 왕비께 사배를 올린 후 궁중아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날의 춤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김광숙님께서 재현했다. 모든 예가 끝나면 왕과 왕비는 만파식적 음악에 맞춰 퇴장함으로써 의례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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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이날에는 비대면으로 최송설당 시 창작대회도 있었다. 청암사와 인연 깊은 조선 말기의 궁녀요 경북의 여성육영사업가이며 문학가인 최송설당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중고생 문예경시대회다. 김천중고의 설립자인 최송설당은 259 수의 한시와 49 편의 가사작품을 남겼다. 근래에 문집 『송설당집』(1·2권, 2005)이 나온 바 있는 여성문학가다. 청암사는 최송설당 여사의 성원에 힘 입어 중창된 바 있다. 비운의 왕비 인현왕후의 복위를 경하하는 궁중다례 재현은 문화재청 전통산사문화재로 앞으로도 역사문화재적 의미를 더욱 짙게 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장년 관람객은 “그 옛날에 대중은 감히 구경도 할 수 없는 궁중의 풍습과 문화를 접해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행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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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문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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