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하락세에 코로나로 ‘설상가상’
월세조차 나오지 않아 폐업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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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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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평화남산동이 된 김천역 일대 도로는 김천의 중심지였다. 평화동과 남산동으로 나뉜 것과 관계없이 도로를 따라 형성된 상권, 평화로상가에는 사람이 넘쳤고 상가가 넘쳤고 돈이 넘쳤다.
지금은 달라졌다. 김천의 중심이라는 타이틀을 잃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본지는 평화로상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3편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예전의 호황, 그 이유는?
한때 평화로상가는 김천1번지로 군림했다. 김천역이 있고 시청, 법원, 경찰서, 세무서 등 관공서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업무를 보든 반드시 이곳을 찾아야 했다. 일이 끝나면 밥을 먹었고 여유가 있으면 쇼핑도 즐겼다.
사람이 모이고 상가가 모이자 극장, 카페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들어섰다. 누구와 만나자고 약속을 해도 ‘김천역 어디에서 보자’는 식이다.
한 마디로 말해 평화로상가 근처로만 가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됐다.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상가는 점포가 나오지 않아 줄 서서 기다려야 했고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3천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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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중심 위치 상실
시청을 시작으로 관공서 분산이 시작됐다. 시청은 신음동으로 옮겨가서 새로운 권역을 만들었고 법원은 삼락동으로 이동해, 법원 특화지역이 됐다. 최근에는 경찰서까지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평화로상가에 밀집됐던 상권이 부곡동, 신음동, 삼락동, 혁식도시로 나뉜 것이다. 사람이 나눠지고 상가가 나눠졌다. 평화로상가는 더 이상 김천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혁신도시 이전에는 신음동 지역이 김천 최고로 불리며 상가, 아파트 등이 줄지어 들어섰다. 신음동 상권이 평화로상가 상권을 다 침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혁신도시의 몫으로 돌아갔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평화로상가, 신음동, 혁신도시 중 어느 지역도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네 지역 모두 점포가 남아돌고 매출은 기대 이하다. 상권 분리가 모두를 빈곤하게 만들었다.
의류 신발로 전문화
유동인구가 줄면서 의류 신발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가가 빠져나갔다. 즐기고 먹고 쇼핑이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이 불가능해지며 만들어진 결과다. 덕분에 평화로상가는 의류와 신발의 전문 상가로 거듭났다.
다른 건 몰라도 의류와 신발에 관해서는 김천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었다.
이런 경쟁력은 하나로마트나 이마트 같은 대형할인매장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유지됐다. 사실 대형할인매장의 의류와 신발은 중저가 제품으로 평화로상가의 고급 브랜드와는 가는 길이 다른 점도 있었다. 그래서 전문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은 평화로상가를 꾸준히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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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코로나로 인한 외부타격
생각지도 못했던 악재는 외부에서 들이닥쳤다. 작년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주머니가 꽁꽁 얼어붙었다. 김천의 기업구조상 일본 수출 규제가 제조 등 입주 기업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됐지만 사회 분위기는 다른 이야기였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문부터 지출을 줄여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비와 의류비였다. 이 부문은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일순위가 된 것이다. 평화로상가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더 큰 타격은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직장인, 공무원, 농업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 모두를 힘들게 했다. 평화로상가도 당연히 포함됐고 매출은 반토막에서 다시 2/3로 줄었다.
이런 종류의 타격은 평화로상가에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 더 뼈아팠다.
대형 아울렛의 등장
평화로상가 상인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이 대형아울렛이다. 모 아울렛이 김천에 들어서면서 평화로상가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취급 품목도 신발과 의류로 동일하다.
전국에서 시 단위 상권 중에서는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아울렛의 등장으로 힘들어졌다.
상인들은 “구미시에 들어서려고 했지만 반대로 무산됐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김천에 들어섰다”면서 “누가 김천에 아울렛을 데려 왔는지 알고 싶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또 “아울렛도 기업유치의 일환으로 데려왔는지 궁금하다”고도 불만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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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폐업상인
이러다가 정말 안되겠다 싶어 올해 6월 말에 문을 닫았어요. 왜 닫았냐고요? 매출 이익은 고사하고 내 생돈을 계속 집어넣을 순 없잖아요. 3년 전 상가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어느 정도 기대는 있었어요. 평화로상가가 많이 죽었다고 해도 그래도 평화로상가잖아요. 겨우 현상 유지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나오면서도 매출이 반토막 났어요. 시민들이 주머니를 완전히 닫아 버렸어요. 당연히 의류와 신발 위주인 평화로상가가 직격탄을 맞았죠. 그래도 희망을 품고 버텼어요. 언젠가 풀리겠지 하고요.
겨우 겨우 버티는데 코로나가 터졌어요. 반토막난 매출이 또다시 2/3가 줄었어요. 이제는 월세도 내기 어려워졌어요.
언론에서는 착한 건물주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실은 달라요. 대부분 월세를 다 내야 했어요. 물론 건물주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쪽도 세금이 올라 월세 깎아주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까요.
결국 폐업을 결심했습니다. 계속 내 돈 넣어가며 버틸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폐업하니까 긴급재난지원금도 못 받아요. 8월 15일 이전에 폐업한 상가는 해당 사항이 없다네요. 8월 15일 이후에만 적용된다고 합니다. 한 푼이 아쉬운 상가 사람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은 무시하지 못해요. 조금만 융통성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진짜 이대로 가면 평화로상가 사람들 다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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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상가 김세호 회장 |
양질의 서비스와 정직으로 무장
중앙초등학교에서부터 제창약국까지를 평화로상가로 보고 있어요. 135개 상가에서 150개 상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개점은 폐업하고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더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손해를 보면서 계속 영업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온라인 구매를 많이 이야기들 하시는데 사실 온라인은 편리성과 다양한 품목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우리 상가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은 차이 없어요. 오히려 우리 상가 물건이 더 싼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재난과 생각지도 못했던 아울렛의 등장인데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양질의 서비스와 정직으로 무장하고 상인들을 다독이는 한편 지금 시국에 할 수 있는 이벤트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해 시와 경북도, 국회의원께서 힘써 준 점은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니 다 같이 힘을 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