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14 00:30:0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수필

수필공원-벚나무가 말했다


이미경 기자 / haenara8818@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0일

벚나무가 말했다


배영희. 효동어린이집 원장/수필가

출근하자마자 30년 지기 친구, 벚나무에게로 갔다. 악어 등 같은 몸을 만지며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건냈다. 내 몸통보다 더 굵은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활짝 웃는다.
김광석이 부른 ‘나무’를 들려줬다. 출근길에 들으며 온 노래다. 끝까지 다 듣고 난 그가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 뿐이오’ 그 가사가 제일 맘에 든다고 했다. 자기도 어제 저녁에 생각한 게 있다며 내게 말을 걸어온다. 나무로 태어난 것이 새삼 감사하단다, 그러면서 자기가 왜 여기 서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고.
나는 물었다. 움직일 수도 없고 옷도 없는데 춥지 않느냐고. 나무는 고개를 흔들며 아까보다 더 크게 웃었다. 물과 태양만 있으면 족하다 했다. 한밤중에 속삭이는 수많은 작은 별들, 매일 바뀌는 달의 모습, 아침이면 제일 먼저 찾아오는 새들과 구름과 바람. 거기에다가 아이들이 뛰어나와 놀아주니 무엇이 더 부러울 게 있냐 한다. 
나는 요즘 무섭고 두려운 게 있다고 마스크를 낀 채 말했다. 나무는 매무새를 가다듬더니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한다. 원래 삶이란 그런 것인데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냐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고, 양극이 있으면 음극이 있고, 모이면 흩어지는 것이니 더 멀리 더 넓게 보라한다.
나는 또 물었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학교도 안 다녔는데 어떻게 아느냐고. 나무는, 지구가 생길 때부터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그냥 당연히 아는 것 아니냐고 한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밑도 끝도 없이 말을 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 서로 어울려야 하건만 어떻게 서로를 멀리하고 두려워해야 하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나무는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퍼 붓는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어떤 이가 말했지 않냐며 지금 이 순간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한다.
 나무는 조용히 말을 잇는다. 그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고 살갗을 찢으며 새싹을 싹 틔우는 나를 못 보았냐고.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한여름을 견디는 나를 보지 않았냐고 깊은 눈빛을 준다. 그러면서 주머니 속에 몇 개 밖에 남지 않은 나뭇잎을 꺼내 내게 보여준다.
나무는 말을 잇는다. 흠 없고 벌레 먹지 않은 몸이 있느냐. 나뭇잎 한 장 한 장 밤새 편지를 써서 사람들에게 보냈건만 제대로 읽지 않더라. 어떤 이파리엔 ‘잠시 멈춤’이라고 썼고, 또 어떤 이파리엔 ‘마음 챙기기’라고 썼으며 어떤 잎에는 ‘묵묵히 너의 길을 걸어라’라고 썼다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제 알았다. 중심 잘 잡고 흔들리지 않겠노라고 답했다. 그가 가지 하나를 살며시 꺼내 내 어깨에 얹어준다. ‘이제 겨울이야, 나는 땅 속 깊이 박힌 내 뿌리에 온 힘을 다 쏟을 거야. 너도 너의 내면의 뿌리를 보살펴 보렴’

아이들이 노란 버스에서 우르르 내린다. 나는 미처 나무에게 인사도 못 하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 몸에서 나무향기가 난다. 오늘도 나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힘껏 노래 부르리라.

이미경 기자 / haenara8818@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0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기업·취업·지역을 하나로 잇다”..
별빛 아래, 음악으로 하나 되는 힐링의 밤..
김천시, ‘슬기로운 농촌생활을 위한 귀촌교육’ 운영..
김천시, 위기가구에 먹거리·생필품 우선 지원..
김천시 율곡동, 도심에 유럽감성을 더하다..
김천시 지역 농업인들, 이웃돕기 성금 전달..
김천시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참여위원회..
김천시, ‘돌봄특화마을’ 운영..
김천시평생교육원, 시민들의 ‘디지털 자신감’ 높인다..
봉산면, 9월 정례 이장회의 개최..
기획기사
민선 9기 제10대 배낙호 김천시장이 취임 2달여를 맞았습니다. 본지는 배 시장과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지난 소회와 함께 2차 공공기관.. 
한때 스포츠는 단순한 체육활동으로 인식됐지만. 오늘날의 스포츠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대폭 높이는 핵심 미래 성장산업.. 
업체 탐방
김천시는 2026년 6월 이달의 기업으로 ㈜명진에코화이바(대표 신동대)를 선정하고 지난 6월 30일 김천시청에서 선정식을 개최했다...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4,244
오늘 방문자 수 : 1,128
총 방문자 수 : 117,325,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