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잃은 것, 코로나로 얻을 것
김선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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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 수필가 |
금년 봄은 곱게 조용히 오지 않았다. 봄꽃의 향기를 온 누리에 뿜으며 화려하고 찬란하게 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해마다 오는 봄이 그리 조용하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황사와 미세 먼지를 자욱하게 날리며 스멀스멀 찾아오기도 했다. 해마다 그렇게 봄은 다양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코로나19’라는 거물이 으스스하게 검은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봄이 오는 길목, 2월초에 우리를 덮쳤다. 해일이나 쓰나미와 같은 위력과 폭력으로 우리가 경악하게 했다. 우리끼리도 서로를 의심하는 눈으로 상대를 멀건이 쳐다보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말았다.
현 정부 인사들이 쓰기 시작한‘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생소한 경험들이다. 느닷없이 찾아왔지만 사스나 메르스 처럼 쉽게 극복될 줄 알았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유행성 독감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위력이 강력해져 지금 세계인들을 놀래게 할뿐 아니라 공포로 다가섰다.
무엇보다도 일상의 삶이 깡그리 무너졌다. 사람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이건 뭔가.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평범하고 소소한 것이었는데,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다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두가‘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꼴이 되어 견디기가 무척 어렵다.
도시의 텅 비어버린 거리, 자동차가 뜸해져버린 거리가 되어 어디 낯선 여행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이 적막해졌다. 시간은 뒤로 가서 몇 십 년 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듯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주말 저녁에 거리에 나가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대구가‘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사람들은 스스로 집에 들어 앉아 자신을 가두는, 자가 격리된 상태를 유지했다. 외부 일정은 깡그리 취소되고 연기되어 집에 쳐 박혀 있을 수밖에 없다. 즐기던 탁구, 배드민턴, 프리테니스 등의 체육 활동과 소모임조차도 하지 않게 되어 집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둬 달쯤이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거의 한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바람에 내가 하고자 하던 일을 하게 되는 좋은 점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꼭 서예 작품으로 남기리라 생각한‘금강반야바라밀경’을 쓰기다. 정성을 다해 시작했다. 우선 쓸 모본을 만들 것을 확인하고 문방사우를 준비해 두고 목욕 재계 후 삼배를 올리고, 아주 충분한 양의 물을 잡아서 먹을 두 시간 넘게 갈았다. 10폭인데 한 장을 쓰는데 네 시간 이상 걸렸다. 한 글자라도 틀리면 다시 써야 하기에 한 자 한 자에 온 힘을 쏟아 붇는다. 하루에 두 장씩 닷새 걸려 완성했다. 코로나로 인해 얻게 된 어부지리(?)의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와중에도 텃밭 가꾸기는 계속된다. 더덕 밭 매기, 고추 모종 심기, 참깨와 파 씨를 뿌려 더운 여름과 가을에 많은 수확을 기대하고 정성을 다한다. 이럴 때는 내가 감연히 농군이 된다.
여름이 지났다. 코로나 파동 사정이 나아지리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처서가 지난 이 시점에 또 다시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감염학회의 말이 오간다. 12월에 1천명의 감염자가 나오는 지금 3단계 격상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3단계로 올리면 경제활동이 전면 중지되는 것이기에 선뜻 시행하기를 멈칫거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모든 게 뜻하지 않게 어그러졌다. 목표가 빗나가는 경우가 있고, 삼라만상의 자연현상으로 나타난‘코로나19’로 많은 걸 잃기는 했지만 한편, 우리를 돌아볼 성찰의 기회가 아닌가 한다. 획기적인 백신 개발을 기대하고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의료 발전에 큰 업적을 기대할 때다.
‘코로나19’가 우리들에게 많은 충격과 고통을 주고 있다. 일상적인 우리의 삶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웠다. 우리는 보고 느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목도한다.
어제 팔공산 임대텃밭을 깨끗이 정리했다. 내려오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다. 산머리에 비행기가 뿜고 지나간 연기 자국이 길게 하얀 선을 긋는다. 참 맑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다. 건너 안산의 능선이 더욱 선명하게 가깝게 다가선다. 무얼 얻는다는 것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땀 흘린 만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의 바람은 그렇게 크지 않다. 2월 이전처럼 일터에 나가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누구나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차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 끼 밥을 나누는 평범함 삶으로의 복귀를 바란다.
세상이 무지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외침과 위기를 겪은 민족이다. 그러나 위기에 강한 민족이다.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렇게 세계인들이 우러를 만큼의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룬 민족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욱 견실해진 모습으로 더욱 굳건히 일어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