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현대수필의 출발
김천 수필문학의 출발을 이야기하다(11)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30일
지역사회 현대수필의 출발 김천 수필문학의 출발을 이야기하다 (11·최종회)
민경탁 논설위원
새
정건양(鄭健陽)
어둠이 닥쳐오고 사면이 캄캄할 무렵 큰애가 참새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서 좋아라 뛰어 왔다. 처마 밑에 있는 것을 전지로 비추어서 잡았노라 한다. 새카만 눈알이며 반질반질한 맵시가 있는 몸뚱아리가 귀여웁게 생긴 참새다. 새는 모든 것을 단념한 채 맥없이 웅크린 모양으로 퍽이나 애처로워 보였다. 애들이 구워먹자니, 기르자니 야단법석을 하는 동안에 새는 손아귀를 빠져나가 양복장 꼭대기에 날아가 앉아 버렸다. 또다시 애들이 잡으려고 쫓는 바람에 새는 파닥거리다 양복장 좁은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젠 양복장을 꺼내지 않으면 잡지 못하게 되어 애들도 내일이면 튀어나오겠지 하고는 모두 헤어져 버린다. 나는 자리에 누워 그 운수 나쁜 새의 입장이 되어 본다. 수놈이라 보인다. 올봄 앵두가 새빨갛게 익은 때 이미 깃을 떨며 높이 나르기도 배웠고, 먹을 것을 훔치는 법도 배웠고, 오붓한 샘가에서 부스스 털며 목욕하는 것도 배웠다. 초가을엔 마음에 든 처녀와 부부를 맺어 달콤한 살림살이를 시작하였다. 언제나 사랑스런 아내를 지키고 따라다니며 배가 부를 때면 높은 나뭇가지에 의좋게 나란히 앉아 즐거운 노래를 불렀다. 또한 아내가 나래를 다쳐서 나르지 못할 때는 먹을 것을 물어다 먹이고, 솔개가 머리 위를 나를 때면 큰 잎사귀를 물어다 감추어 주었다. 딴 놈이 먹이를 탐내어 달라하면 목숨을 바쳐 싸워서 쫓아버리고 더욱 아내와 정답게 지냈다. 올 겨울을 넘길 보금자리랑 먹을 것이 많은 곳도 찾아 두고, 내년 개나리가 필 때면 귀여운 새끼도 깔 궁리도 하였다. 밤이면 암놈을 먼저 집에 들여보내고 나서 어둠이 덮일 때까지 외적의 침입을 살피고야 내종에 들어갔다. 이러던 내가 오늘은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내를 먼저 집에 들여놓고는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다. 이젠 다시는 사랑스런 아내도 못 보고 몸뚱아리가 짚불에 구이어 죽고야 말 것이다. 집에선 아내가 얼마나 애태우고 서러워할 것인가. 용을 쓰고 설쳐보면 내일이면 사랑스런 내 아내를 채 와서 만족할지도 모른다. 이대로 빠져나가 돌아갈 수가 있다면. 꼭 그리 될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말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이 좁은 농 틈새에서 잡히지만 않으면 어떻게 내일 도망을 갈수가 있을 게지. 그저 가만히 날이 새기만 기다려 보자. 밤은 깊어갔다. 새는 바스락 소리도 없다. 필경 내일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이겠지 싶다. 다음날 아침, 애들은 어젯밤의 새를 잊었는지 모두 학교로 가버렸다. 학교에 안 다니는 작은놈이 “아버지 엊저녁 새 아직 있어?” 하고 잡아 보자며 양복장 구석을 살펴서 좇기 시작했다. 새는 어느 틈에 후루룩 날아 유리창에 탁탁 부딪쳤다. 나는 애와 둘이서 온 방을 뛰어다니며 새를 기어코 잡았다. 손아귀에 쥐어보니 어제 밤새 시달려서 그런지 심장의 고동마저 가냘프다. 작은놈의 요구대로 발목에다 무명실을 길게 매여 주었더니, 새는 그대로 최후의 발악인 듯 천정을 향해 날아가 부딪치고 한쪽 발을 절름거리며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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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화 제2권 1호 (1956.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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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어제 밤 생각이 나서 애를 꼬여 “한번 날려보자” 하고 실을 짧게 잘라, 실 끝에 새빨간 헝겊을 조그맣게 매어달아 하늘을 향해 날려 버렸다. 새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든지 쏜살같이 날아가고 새빨간 헝겊은 보기 좋게 새의 뒤를 따라 나불거린다. 애는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섰다가 웃어버린다. 순간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내 엉덩이를 만져본다. 내 뒤에도 저런 실이 달려 있는 것 같고 무엇인가 내 자신이 저 새처럼 뭇사람들에게 희롱당하고 학대를 받다가, 공교롭게 그 무서운 틈에서 꼬리에 실을 달고 빠져나온 것 같다. 우리들 모두가 이 사회에서 심술궂고, 무자비하고, 지혜 있고, 힘센 거대한 것에 농락당하다 운 좋게 빠져 나온 것이 아닌지 모른다. 자기도 의식치 않는 사이에 꼬리를 달이여 심술궂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날다간, 실이 나뭇가지에 걸치고 끊어지기도 하다가 자유롭게 되면 무한한 미련을 두고서 기어코야 제 명을 못 채우고 죽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아렴풋이 떠오르는 지난날의 추억 …… . 내 마음의 보금자리에도 덧없는 사랑의 새가 있었다. 가슴 한 모퉁이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새. 잊혀 지지 않는, 고백도 없이 포옹도 없이 안타까운 미련만을 꼬리처럼 달고 날아가 버린 갸냘픈 새. 어느 모진 폭풍에 휩쓸려 버렸는지, 높은 나뭇가지에 실이 엉키어 시달려 죽었는지, 혹시나 지혜로운 새들이 실을 끊어 자유롭게 되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내 마음의 보금자리에서 날아가 버린 새 말이다.
- 『소문화』 제2권 1호 (1956. 1)
1960년대 말에 나온 김도양의 수필 「대우주」 (『소문화』 1968. 10)는 주목을 받았다. 이는 우주의 생성, 운행과 신의 섭리를 다룬 작품이다. 김도양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사변적 , 철학적 진술로 돼 있는데 이 작품은 과도히 장황하고 난해하여 본 지면에서의 소개는 생략한다. 이 지방 문화·문학활동의 본거지 역할을 해온 『소문화』(김천문화원 발간)는 1974년 제21집부터 제호가 『김천문화』로 바뀌었는데, 1976년 제26집으로 종간되기까지에는 수필 장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1975년에 이경안(본명 이동현)이 수필집 『하산하는 언어들』 (1977년 ‘밤비 차라리 소나기가 되어라’ 로 제목을 바꿔 중간)을 발간하고 공동 수필집 『산은 산, 물은 물』 (1980)에 수필을 발표했다. 황명륜(본명 황의동)이 1977년 수상집 『목어의 울음』과 1981년에 수상집 『길을 묻는 사람』을 발간했을 뿐이다. 불교적 사상이 바탕에 깔린 두 수필가의 수필작품은 별도의 지면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1970∼80년대의 김천 지역 문학할동을 관망해 보면 운문문학 위주, 산문문학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 미흡, 지역사회의 문예지 빈약 등의 요인으로 주목할 만한, 본격적인 수필문학 작품이 나타나 보이지 않는다. 수필 또는 수상이란 기관장들의 여기(餘技)나 신변잡기, 문화예술인들의 단상(斷想) 정도로 여기며 쓰고 발표해 온 것으로 보인다. 연재해 온 바와 같이 김천문학사에서 수필문학의 역사와 전통에 관해서는 여타의 운문 문학 장르에서와 같이 체계적으로 고찰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 흔히 수필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두 편 써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수필에는 일면 그런 성격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현대수필의 역사가 한 세기 넘게 흐른 지금, 신변잡기 류가 아닌 본격 수필이 넘쳐 나오고 있다. 수필 생성의 지면도 매우 다양해졌다.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라면 문학적 완성도와 격이 있는 작품이 양산 돼야 할 것임은 물론이겠다. 1980년대 말 그 동안의 김천시문학회(1976 조직)가 김천문학회(1980 결성)로, 이것이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1989, 초대지부장 황명륜)로 탄생하면서 종합 문예지를 내게 되었다. 이때 동인지 『황악』 제8집이 제호를 『김천문학』(1989. 11. 25.)으로 탈바꿈 하면서 각 문학 장르에 형평성을 확보, 김천지방의 수필문학이 양산되게 되었다. 이 때의 문학지에도 본격적인 전문 수필은 나타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면서 현재의 이 고장 수필가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수필이 양산되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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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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